'한국, 일본, 대만, 도쿄돔을 조심하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예선이 펼쳐지는 일본 도쿄돔이 출전국가들의 '경계 1호'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과 일본, 대만팀은 전력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 투수전 양상을 보여 '홈런공장'으로 불리는 도쿄돔에서는 홈런이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돔구장에서 나오는 홈런을 돔런(Dome-ru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구장을 덮은 지붕 때문에 홈런이 자주 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유일하게 공기 부양식으로 천장을 떠받드는 도쿄돔은 다른 돔구장보다도 타구의 비거리가 더 길다.

돔구장은 외부 공기를 끌어들여 구장 지하의 써멀터널(thermal tunnel)을 통과시킨다. 지열을 통한 공기는 여름엔 냉풍, 겨울엔 온풍이 되어 그라운드로 들어온다. 이 바람은 천장으로 올라간다.

여기에 선수들과 관중의 열기가 내부 공기를 데워 대류(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타자가 때린 공은 상승기류를 타고 일반구장보다 더 멀리 날아가게 되는 셈이다.

도쿄돔만의 특색도 더해진다. 도쿄돔은 천장이 무거운 구조물이 아닌 직물로 돼있다. 관중석 상당부에 설치된 36개의 송풍기가 뿜는 바람의 힘으로 천장을 떠받든다. '상승기류 + 상승기류'가 더해지는 것이다. 구장내에서 상승기류가 발생하면 위에서 공을 눌러주는 하향풍압이 감소하면서 공이 날개를 단 듯 비행할 수 있다.

돔구장 내 기압은 외부보다 0.3% 높다. 이는 비거리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도쿄돔에는 비거리를 늘리는 요소가 떨어뜨리는 요소보다 훨씬 많다. 도쿄돔에서 높이 뜬 플라이를 때리면 다른 구장보다 10m 쯤은 더 날아간다는 게 정설이다.

때문에 도쿄돔을 홈구장으로 쓰지 않는 타자들은 요미우리 타자들의 홈런 가치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요미우리가 2002년과 2007년 30홈런 타자를 4명씩 배출했을 때도 이런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승엽은 한 시즌 도쿄돔 최다 홈런 타이기록(22개·2002년)을 가지고 있다.

도쿄돔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펜스를 보면 홈런 치기에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지상에선 상승기류를 체감할 수 없을 뿐더러,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펜스까지의 거리(좌·우 100m, 중앙 122m)도 제법 길다. 이는 일본 구장들의 평균에 해당하고, 잠실구장(좌·우 100m, 중앙 125m) 다음 가는 규모다.

그러나 도쿄돔은 독특할 만큼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 거리가 짧다. 양쪽 폴에서 전광판까지 거의 직선 형태로 담장을 만들었다. 좌·우중간 담장까지의 거리는 약 110m로 상당히 짧은 편이다. 대부분의 홈런타구가 좌·우중간으로 많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도쿄돔에는 홈런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또 존재하는 셈이다. 도쿄돔에서 좌·우중간을 살짝 넘어가는 타구는 다른 구장에선 외야수에 쉽게 잡히는 것들이다.

최대 5만 5000명이 들어차는 도쿄돔 관중석도 큰 변수다. 잠실구장 수용인원(3만 50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사람이 내지르는 함성은 돔 안에서 더욱 증폭된다. 얼이 빠질 만큼 시끄러운 도쿄돔에서 처음 뛰는 선수는 혈압과 심박수가 높아져 과도한 긴장,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는 게 보통이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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