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드윅'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이 연출한 화제작 '숏버스'가 2년간의 소송 끝에 오는 12일 개봉된다. 2007년 4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사실상 상영금지) 결정에 불복한 수입사 스펀지가 소송을 제기,대법원에서 승소한 뒤 최근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것.

'숏버스'는 남편과의 잠자리에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여성이 비밀 모임에 참여해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내용.주인공은 모임에서 갖가지 성행위를 목격하고,그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문제를 진단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는 남편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영화에 '제한상영가' 등급이 내려진 이유는 남녀의 성기가 노출되고 혼음, 자위행위 등을 묘사해 사회 윤리를 해친다고 판단됐기 때문. 그러나 법원은 문제의 장면들이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됐고, 섹스 신들도 단순히 성적 쾌락을 유도하는 포르노그래피라기보다는 주제의식을 지닌 작품으로 가치를 지녔다고 봤다.

이처럼 '이유있는 노출' 장면들을 담은 영화가 3월 극장가에 잇따라 선보인다. '숏버스' 외에 케이트 윈슬렛이 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26일 개봉), 스페인 출신 페넬로페 크루즈가 주연한 '엘레지'(19일) 등이다.

'더 리더…'와 '엘레지'는 전미 여성 저널리스트 협회가 선정한 '2008년 가장 리얼한 섹스&누드 영화'에 들었다. 이들은 파격적인 정사 장면들을 담고 있지만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해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출에도 품격이 있다…'리얼에로' 3色 대결
'더 리더…'는 아카데미 수상작 중 노출이 가장 많은 작품으로 꼽힌다.

10대 소년과 30대 여자의 30년간에 걸친 사랑을 그린 이 영화에서 전반 15분 동안 정사 장면이 등장한다.

화면 가득한 윈슬렛의 나신(裸身)은 이들의 사랑이 소년의 장래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국 소년은 성인이 된 후에도 다른 여자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지 못한다. 또 문맹이었던 여인에게 소년과의 정사란 처음에는 책을 읽어주는 데 대한 대가였을 뿐이다. 하지만 나치 전범으로 옥살이를 할 때 소년과의 인연은 그녀 삶의 등불이 된다.

'엘레지'는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올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크루즈가 노교수(벤 킹슬리)와 30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사랑을 나누는 대학생 콘수엘라로 열연한 작품이다.

두 사람의 정사 신은 대단히 격렬하다. 이는 노교수의 유혹으로 시작된 게 아니라 예술에 조예 깊은 교수에 대한 콘수엘라의 감정에서 비롯된다. 교수도 점차 콘수엘라의 육체을 탐닉한다.

콘수엘라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진정한 예술품'이라 찬미한다. 카메라는 격렬한 정사 신과 함께 교수의 복잡 미묘한 심경도 세밀하게 포착한다. 이 같은 장면들은 그의 사랑이 점차 '집착'으로 변해갈 것임을 암시한다. 정사신은 두 사람의 관계를 백 마디 대사보다도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육체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주제를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는 노출이 많은 이들 영화를 국내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