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15일 개봉해 첫주 8천명을 모았던 '워낭소리'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개봉 20일만에 10만명을 넘기더니 채 일주일도 걸리지 않아 2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37일만에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기고 그로부터 9일 만에 200만 명을 순조롭게 넘어섰다.

처음에는 전국 7개 상영관으로 시작했으나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상영관 수가 현재 280개까지 늘었고 2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독립영화는 상영관 10개 미만으로 개봉해 통상 1만명을 돌파하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적은 제작비와 소수의 개봉관, 일반의 적은 관심 등 독립영화의 열악한 여건을 감안하면 독립영화의 200만명 돌파는 상업영화의 1천만명 돌파에 버금가는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수익 면에서도 순수 제작비와 배급비용을 합쳐 2억원을 투자한 이 영화는 지난달까지 약 12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각계 인사들이 관람을 하는 등 '워낭소리'는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충렬 감독은 백상예술대상에서 독립영화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해외에서도 이 영화에 관심을 보여 해외 진출을 타진 중이다.

'워낭소리'는 경북 봉화의 팔순 농부 부부와 그 부부가 30년을 키워 온 마흔살 된 늙은 소의 이야기를 통해 나이듦과 죽음, 이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워낭소리'가 세대를 막론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이유는 바로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을 닮은 주인공들의 인생과 소의 우직한 모습을 통해 자신의 고향과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고 각박한 대도시 현대사회에서 누리지 못하는 순수하고 느린 삶을 엿볼 수 기 때문이다.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간단명료한 줄거리도 도움이 됐다.

주요 영화관객층인 젊은이들 뿐 아니라 중장년층, 노년층까지도 끌어들이는데 성공을 했다.

제대로 된 기획과 감동을 주는 콘텐츠는 먹혀들어간다는 단순한 진리를 확인시켜줬다.

독립영화는 기존의 상업자본과 배급망에 의존하지 않은 영화를 말한다.

'워낭소리'의 성공은 그동안 일반의 관심 밖에 머물렀던 독립영화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독립영화는 어렵고 소수 관객들 만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과 영화 시장에서는 '큰 영화'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반의 인식을 깨뜨렸다.

또한 상업영화만 와이드 릴리스되는 획일화한 국내 극장개봉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좋은 기획과 콘텐츠가 받쳐주기만 한다면 스케일이 작고 스타가 없는 소규모 영화라도 상업영화를 능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워낭소리' 한 편의 성공이 독립영화 전체의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독립영화계 인사들은 현실적으로 제2의 '워낭소리'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있다.

예컨대 지난해 5월 출범한 4기 영화진흥위원회는 독립영화의 개봉을 돕는 다양성영화 마케팅지원사업을 중단했다.

'워낭소리'가 이 사업의 마지막 수혜자였다.

독립영화계의 숙원인 '다양성영화 복합상영관' 건립도 좌초된 상태다.

시네마테크 지원 사업은 절차가 까다로와졌다.

이번 '워낭소리'의 성공으로 독립영화, 나아가 전반적인 영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아마 한국영화에 '독립영화'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관객도 있었을 것이다.

문화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다양성 확보는 필수적이다.

막대한 투자에 스케일이 큰 영화도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소규모 영화들도 상영관에 걸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워낭소리'의 성공이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