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37일 만에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한국 독립영화사를 새로 썼던 '워낭소리'(감독 이충렬)가 그로부터 9일 만에 200만 명도 순조롭게 넘어섰다.

'워낭소리'는 흥행 대성공으로 제작비의 30배에 달하는 수익을 냈고 한국 영화산업과 영화정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영화 주인공들의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촬영지의 관광상품화로 논란이 빚어지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제작비 30배 수익, 사회적 관심 환기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워낭소리'는 약 124억여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 영화의 통상적인 부율(극장과 배급사의 수익 배분 비율)인 5대5를 적용한다면 제작사와 배급사의 몫은 매출의 절반인 60억원 정도다.

순수 제작비와 배급비용을 합해 2억원 가량 들어갔으므로 30배의 수익을 낸 것이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자 제작비를 조달했던 고영재 PD는 "수익의 30%를 독립영화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으므로 이 중 18억원은 독립영화계에 돌아가게 된다.

금전적인 수익을 차치하더라도, '워낭소리'가 영화산업 및 영화정책에 던진 화두야말로 한국 영화계가 이룬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메이저 제작사나 배급사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7개관에서 개봉한 '워낭소리'는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 성공을 거뒀다.

스타도 없었고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지도 못했지만 영화에 감동받은 관객들의 입소문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고향 농촌, 부모님, 느린 삶을 향한 중년층 관객의 그리움을 자극한 결과였다.

저예산ㆍ디지털 영화의 잠재력을 보여주면서 큰 영화만 살아남는다는 영화시장의 '상식'을 깨뜨렸고 상업영화만 와이드 릴리스 되는 획일화한 국내 극장개봉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고 PD를 중심으로 독립영화계가 뭉쳐 정부의 독립영화 지원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워낭소리'로 인해 독립영화에 대중의 이목이 쏠린 덕에 여느 때보다 이들의 목소리는 크게 울려 퍼졌다.

◇성공을 둘러싼 잡음 = 성공이 화려한 만큼 이를 둘러싼 시끄러운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세속의 지나친 관심에 관련자들이 일상에 지장을 받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존 인물의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보니 주인공인 경북 봉화군의 최 할아버지 내외와 자녀들의 삶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들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실제로 최 할아버지를 보기 위해 찾기 봉화에 있는 자택에 계속 찾아오는 바람에 노부부는 홍역을 치루고 있다.

이충렬 감독과 고 PD도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고 PD는 100만명 돌파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로또 맞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전화나 이메일, 쪽지가 매일 온다"며 "할아버지와 가족들에게 누를 끼쳤을까 우려에 밤잠도 설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받은 뒤 "본의 아니게 할아버지 자제들을 불효자로 만들어 죄송하다"고 시상대에서 사과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지난달 '워낭소리'를 관람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한 뒤 일부에게서 "'워낭소리'가 정치인들의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받았다고 고 PD는 전했다.

또 경북도가 이번 달부터 운영하는 '주말테마여행'에 '워낭소리' 촬영지를 넣으면서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경북도 홈페이지에는 노부부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며 촬영지 관광상품화 계획을 철회하라는 글이 일주일 사이 1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워낭소리' 한편의 성공이 독립영화, 나아가 한국영화 전체의 성공으로 이어질지 역시 의문으로 남아있다.

200개 상영관에 걸려 있는 '워낭소리'가 한정된 국내 디지털 상영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오히려 다른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워낭소리'가 독립영화의 상업성을 확인해줬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독립ㆍ예술ㆍ고전영화에 대한 평가에 상업적인 잣대를 들이미는 잘못된 선례로 이용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