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 '왓치맨'(Watchmen)은 2006년 흥행작 '300'과 여러모로 닮았다. 두 작품은 잭 스나이더 감독이 그래픽노블(문학성 있는 만화)을 원작으로 만든 영웅담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현란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화 같은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그렇다.

다만 '왓치맨'의 캐릭터나 배경 등 공간 이미지는 '300'보다 진일보해 현실성이 강해졌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배경을 그린 게 아니라 30여년 전의 미국 뒷골목 등을 재현하기 위해 뉴욕 등에 200여 세트를 지어 촬영한 까닭이다. 액션 장면도 할리우드식으로 여러 대의 카메라로 찍지 않고 한 대로 촬영해 배우들의 몸동작이 사실적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관객들에게 더 이상 새롭다는 느낌을 줄 수 없다. 그동안 '신시티' 등 여러 작품들이 색다른 비주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기존 할리우드 영웅담에 비해 캐릭터가 독특하고 주제의식이 강렬한 게 매력이다.

'왓치맨'이란 여러 사람들이 스스로 파수꾼임을 자처하고 사회악을 퇴치하기 위해 결성한 자경단을 지칭한다. 6명의 왓치맨 중 초능력자는 두 명이고 나머지는 보통 인간들이다. 초능력자와 보통 사람들이 함께 모인 영웅 집단인 셈이다. 할리우드 영웅 중 '배트맨' 등은 한 명의 보통 사람이 악당을 퇴치하는 스토리였고 '스파이더맨' 등은 한 명의 슈퍼히어로,'엑스맨'은 다수의 초능력자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왓치맨들과 악당 사이의 대결이 아니라 왓치맨 내부를 들춰내는 것도 색다르다. 이야기는 은퇴한 왓치맨이 살해당하자 동료가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주인공들의 과거사가 하나씩 펼쳐지는데,그것은 영웅 집단이 아니라 범죄단체를 연상시킨다. 왓치맨들은 '정의구현'이란 미명 아래 스스로 규정한 악당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한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엄청난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이 같은 에피소드들은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쳐준다. 3월5일 개봉.청소년 관람불가.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