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점..국내는 틈새시장 겨냥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감독 이충렬)의 예상치 못한 흥행이 디지털시네마 기술을 돌아볼 계기가 되고 있다.

HD 디지털 영화인 워낭소리가 디지털 상영관에서만 상영되면서 디지털시네마 시스템의 고효율성과 가능성을 증명, 관련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네마는 디지털 방식으로 촬영한 영화 파일을 서버에 저장하고 저장장치나 광통신망 등을 통해 영화관 디지털 영사기에 전송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한국은 IT 강국임에도 디지털시네마 기술은 초라한 형편이다.

일찌감치 디지털시네마 분야에 뛰어들어 기술을 선점한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다.

워낭소리의 흥행으로 디지털 영화관의 확대가 탄력을 받는 시점에서 남은 영화관들도 해외 기술과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더욱이 국내 영화관 스크린이 2천81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시장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디지털시네마 시스템 설치 비용은 상영관마다 1억여 원에 달하는데다 5∼10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5∼10년 사이 2천억 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국내의 경우 일단 시작이 늦었다.

2006년 디지털시네마 도입을 둘러싸고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고, 배급사와 극장, 전송사업자들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투자 주체와 비용 문제 등으로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2002년 7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디지털시네마 구현을 위한 기술규격을 통일하기 위해 DCI(Digital Cinema Initiatives)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2005년에는 디지털시네마 기술 표준의 근간이 된 디지털시네마 시스템 스페시피케이션 V1.0을 발표했다.

국내 영화 업계 및 관련 IT 업계가 영세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투자에 소홀한 점도 한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19일 "가능성이 큰 분야이지만 당장에 수익이 나기 어려워 중소기업이 뛰어들기는 벅찬 실정"이라면서 "대기업도 디지털시네마에 대한 투자 권유에 대해 '수만 개의 제품을 찍어내는 분야가 아니고서는 투자할 수 없다.

'라고 못박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으로서는 KT가 2007년도 8월께 광통신망을 이용한 영화 전송서비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말 수익성 등을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디지털시네마 기술 사업은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영진위는 올해부터 정부에서 3년간 100억 원 규모의 사업비를 받을 예정이어서 조만간 본격적으로 기술개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기술력이 뒤처지고 기술 표준마저 선점당한 만큼 영진위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주로 상업용 영화에 쓰이는 해상도가 2K급 이상의 프로젝터와 서버, 보안기술 등의 시스템은 이미 해외 기업에 선점했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해도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러나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에 해당하는 2K급 미만은 해외에서도 방치 상태이기 때문에 영진위는 2K급 이하의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영진위 관계자는 "현재 틈새시장을 겨냥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기술이 개발되면 해상도가 낮은 영화가 많이 상영되는 동남아시아 등에 대한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시네마 시장이 선점당했지만, 기술 표준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일"이라며 "기술을 축적하고 있으면 국내 IT 기술력의 응집력을 볼 때 전세를 역전할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2K급 미만의 독립·예술영화들이 현재 보안기술을 통한 저작권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에서 2K급 미만의 시스템 보급이 이뤄진다면 독립·예술영화의 저작권도 보호할 수 있다.

현재 워낭소리는 보안기술 없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3D 입체 상영기술에 대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입체 상영시스템은 국내에서 KDC정보통신을 위주로 해외 업체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