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영웅들의 리더십 배우기 열풍
유비의 신의,주유의 포용,조조의 비전과 카리스마,공명의 뛰어난 이론과 실천력….'삼국지' 영웅들의 탁월한 리더십을 영화에서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삼국지'를 바탕으로 만든 한 · 중 · 일 · 대만 합작 영화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감독 우위썬)에 단체 관람객이 몰리며 역대 합작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22일 개봉된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이 11일 관객 260만명을 돌파하며 300만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쇼박스와 일본 에이벡스,대만 CMC엔터테인먼트 등이 800억원을 투자해 중국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역대 합작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동원한 '삼국지-용의 부활'의 103만명을 두배 이상 뛰어넘었다.

개봉 초반부터 30~40대 예매가 이어졌고 기상청 전직원을 비롯해 증권사 임직원,소방관,프로게이머,모델,동창회,초중고교 등 단체 관람이 늘고 있다. 초암논술학원은 영화 관람 후 논술시험을 치르는 '논술 시사회'까지 가졌다.

관심의 초점은 영화 속 영웅들의 리더십이다. 그 중에서도 조조와 제갈공명,주유의 리더십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풍의가 연기한 조조의 리더십은 18차례 연속 불패신화를 이룬 비전과 카리스마로 요약된다. 열병으로 병사들의 사기가 위축되자 조조는 전쟁에서 승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3년 동안 세금을 감면하겠다며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또 아군의 병력이 절대 우위임을 강조해 전투의욕을 고취시킨다. 그는 주유의 아내 소교를 탐하다 결정적인 공격 시점을 놓치고 패배를 자초하지만 곧 실수를 깨닫고 다음 전투에서 승리를 예약한다.

금성무가 맡은 공명은 뛰어난 지략가일뿐 아니라 실천력을 겸비한 리더다. 그는 싸움에 필요한 화살을 구하기 위해 안개 속에 함대를 이끌고 적진을 파고든다.

놀란 적들이 화살을 마구 쏟아낸 덕분에 10만개의 화살을 뱃전에 달고 돌아온다. 바람의 방향이 조조 진영으로 바뀔 것을 간파하고 화공술을 사용한 기지도 돋보인다. 끊임없는 연구로 안개나 풍향 등 기상변화를 읽어내 실전에 응용한 것이다.

이 전쟁의 최대 영웅은 양조위가 맡은 주유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공명의 재주를 시기하는 질투의 화신처럼 그려졌던 주유가 여기서는 전략가일뿐 아니라 넉넉한 인품의 덕장으로 등장한다.

병사들이 주민의 소를 훔치자 그 실수를 용서하는 대신 단결과 화합을 요구한다. 이는 중과부적의 주유 · 공명 연합군이 조조의 대군을 상대로 승리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라이벌 공명의 의견도 적극 수용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가짜문서를 유출시켜 조조가 심복 장수의 목을 베게 한 지략도 일품이다. 사욕이 적은 것도 승리의 핵심 요인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