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녀' 설정은 끝까지 유지"

MBC TV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를 연출하고 있는 황인뢰 PD가 9일 극 중 내레이터 '책녀'의 도입, 이경영의 출연분 삭제 등 최근 이 드라마와 관련된 여러 이슈에 대해 설명했다.

황 PD는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 MBC드라미아의 야외 촬영 세트에서 "'책녀'는 조선과 현대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흐름을 보여주려고 도입했다"며 "이 설정은 잘 살려서 끝까지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화가 고우영 화백의 원작을 토대로 한 이 드라마는 이야기의 배경과 인물의 심리 등을 설명해주는 내레이터인 '책녀'를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 설정에 대해서는 신선한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극의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 등 찬반 의견이 맞서는 상황이다.

황 PD는 "드라마 속에서 내레이션을 활용하는 설정은 예전에도 해 봤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책녀'의 등장에 대해 생각보다 당황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 설정을 활용하면서 노하우도 생기고 있다.

연기자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레이터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배우 이경영의 출연분을 삭제하고 재촬영한 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청소년 성매매 혐의로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는 이경영은 이 드라마에서 단역을 맡아 촬영을 마쳤으나 MBC의 출연제한 방침에 따라 해당 분량이 삭제됐다.

"저에게도 상식적인 판단 기준이 있습니다.

이경영 씨가 영화에 몇 번 출연한 것을 봤고, 방송에 출연하지 못한 기간이 7년이라는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 기간이면 됐다고 생각했지요.

역할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극 중에서 목이 날아가는 역이라 이런 장면으로 참회하고 연기자로 다시 태어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심의 과정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배우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데 출연이 불발돼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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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심의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연출을 하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드라마는 지난달 21일 첫 방송에서 전국평균 가구시청률 18.5%를 기록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출발했다.

하지만 방송을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조금씩 내려가 최근에는 15%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4일 경쟁 드라마인 KBS2 '미워도 다시 한 번'에 첫 방송부터 뒤져 창피하기도 했지요.

시청자의 호응도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기존 드라마와 비슷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쓴 만큼 앞으로는 이런 면이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
그러면서 앞으로 펼쳐갈 이야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제 일지매가 탐관오리를 물리치는 이야기와 월희(윤진서)와의 멜로라인도 본격화되는 만큼 시청자의 호응도는 나아질 것"이라며 "이야기 속에 한 번 끌려들어오면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은 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는 것.
첫 방송 이전에 전체 70% 분량의 촬영을 마치는 등 사전제작제에 가깝게 제작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 짠 스토리대로 가는 중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안 먹히는 내용을 바꾸거나 반응이 좋은 부분을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 우리는 오랫동안 준비했고 섬세한 제작과정을 거쳤으니 시청자들이 그 부분을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인공인 정일우에 대해서는 "초반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장족의 발전을 했다"며 "다만 아직도 월희와의 멜로 장면을 쑥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조금 더 유연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그는 '궁', '궁S' 등에 이어 이번 드라마에서도 본 방송이 끝난 후 유명 곰 인형인 테디베어의 이미지를 노출하고 있다.

회마다 테디베어가 극 중 인물의 의상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황PD는 이에 대해 "'궁'을 찍을 때 제주도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여왕 대관식 장면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며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낙관을 찍는 개념으로 등장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