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봉 '키친' 앞두고 인터뷰

배우 주지훈(27)의 이미지가 2006년 TV드라마 '궁'의 황태자 이신에서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 3년간 그의 발걸음은 꽤 폭넓게 움직였다.

다만, 선악의 양면을 품고 이중생활을 하는 변호사로 나온 드라마 '마왕'이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깊은 상처를 감춘 케이크숍 사장을 연기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100만명을 갓 넘기는 평범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그의 신중하고도 부지런한 변신이 가려졌을 뿐이다.

그는 5일 개봉하는 새 영화 '키친'에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키친'에서 그가 맡은 두레는 프랑스 입양아로 자라난 요리사이자 젊은 유부녀 모래(신민아)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 저돌적이고 솔직한 청년이다.

개봉을 앞두고 2일 만난 그는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시나리오를 고른다"며 이제까지의 선택이 변신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제 성격이 원래 제멋대로예요.

작품도 이것저것 심각하게 따져보기보다는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골라요.

이제까지 그렇게 다른 작품들에 출연해왔기 때문인지 지금도 시나리오가 꽤 다양한 장르, 다양한 배역으로 들어와요.

당장 '앤티크'와 '키친'에서 맡은 배역들의 나이 차가 10살이나 되잖아요?"
'앤티크'와 '키친'은 요리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키친'으로 장편 연출에 데뷔한 홍지영 감독은 '앤티크'를 만든 민규동 감독의 아내다.

그러나 주지훈은 "두 영화 모두 시나리오가 좋아서 선택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시사회 이후 두 영화가 비슷한 이미지라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는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우연히 같은 시기에 두 시나리오가 들어왔고 둘 다 좋아서 고른 거였거든요.

비슷한 영화가 될 수 있으니 피해야겠다고 따져볼 생각도 못했던 거죠."
그는 '키친'을 고른 이유는 '소소한 일상을 찬란하게' 조명한 점과 '순진하지는 않지만 순수한 캐릭터'에서 자신의 옛 모습이 연상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남자와 한 여자가 함께 사는 이야기는 특이할지 몰라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특이하지 않아요.

그저 장을 보러 가는 정도죠. 그런 사람 사는 모습들을 담은 이야기들이 찬란해 보였어요.

두레는 거리낌없이 행동하는 순수한 아이인데 그런 모습에서 몇 년 전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사람들을 만나고 순수하게 어울리던 시절은 제가 죽을 때까지 가져가고 싶은 기억이거든요.

"
모델로 데뷔해 배우로 활동해온 6년여 동안 그와 작업한 많은 사람들은 그를 "생각보다 고민도, 생각도 많은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훨씬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고, 이제 연기에 막 재미를 들이고 즐거움과 설렘에 부풀어 있는 20대의 배우였다.

"'키친'을 촬영하면서 배운 게 바로 '편안함'이에요.

촬영장에 가는 게 매일 소풍 가는 것 같았어요.

작품에 임하면서 느끼는 부담감이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다는 걸 배웠죠."
그의 다음 발걸음은 뮤지컬 무대로 향했다.

6일부터 한달간 무대에 오르는 '돈주앙'에서 주역을 맡은 것. 18곡이나 소화해야 하니 만만찮은 도전이다.

실제로도 엄청난 연습량 때문에 인터뷰하는 내내 그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불과 한달 전에 연습을 시작했거든요.

일이라는 건 열심히 해서만 되는 게 아니라 잘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걷기는커녕 제대로 누워있는 법조차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으니까요.

잠자는 시간 빼고는 계속 연습을 하고 있는데도, 어휴…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

"
연기에 발을 들인 이후 "이해가 안 가는 일도 많았고, 배우가 아니었다면 당하지 않았을 수모도 받아봤지만 한번도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는 그는 앞으로도 마음 가는대로 차기작을 고를 것이라고 말했다.

변신을 위한 변신은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나는 이대로 즐겁고 행복한데 연기 변신을 위해 우울해질 수는 없잖아요.

작품을 하나 끝내면 응축돼 있던 기쁨과 슬픔이 탁 끝나 버리거든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생기면 그때 또 시작하는 거죠."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