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 영화 '작전'의 박용하 인터뷰

주식 투자 실력으로 캐스팅을 했다면 영화 '작전'의 주인공 박용하(32)는 잘못된 캐스팅이었을지 모른다.

주식 시장의 주가 조작 세력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박용하가 맡은 역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의 세계에 들어선 백수 현수. 작전 세력이 스카우트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하는 재야의 투자 고수다.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주식 투자 경험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부터 쳤다.

주식 투자를 해 본 것은 2~3년 전 딱 1번, 그것도 100만원 가량을 투자한 게 전부다.

그것도 보름도 안돼서 투자금을 빼버렸다.

"주식보다는 적금이 맞는 성격"이라는게 이유다.

"모험을 거는 것보다는 안정적인 게 좋아요.

주식보다는 적금을 붓는 게 제게 맞는 것 같더군요.

일해서 번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몸이 피곤하고 머리 아프고 눈도 침침하고 할 때 (매니지먼트)회사로부터 '돈 입금했다'는 전화 한 통 받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
그래서인지 그에게 익숙한 것은 컴퓨터 화면의 주식 투자 프로그램이 아니라 안방에 놓여 있는 투명한 돼지 저금통이다.

"10원짜리부터 1만원짜리까지 저금통 속에 빽빽하게 돈이 엉켜 있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런 그가 2002년 개봉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 이후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영화 '작전'을 택한 것은 현수의 캐릭터 때문이었다.

"몇 편의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멋있기만 한 역할인 거예요.

'그런 캐릭터 말고 좀 더 현실감 있는 인물도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던 차에 '작전'의 시나리오를 봤죠. '딱 이거다' 싶었어요.

첫 장면부터 현수가 지하 골방에서 담배를 물고 컴퓨터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하고 있잖아요.

이후 시나리오가 거침없이 읽히는 데 출연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더군요.

"
영화는 주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이 돈을 둘러싸고 벌이는 두뇌 싸움이 큰 얼개를 이루고 있다.

박용하와 박희순, 김민정, 김무열 등 여러 배우들이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인 셈이다.

"민정이가 정말 예쁘게 나왔다", "무열씨가 연기를 너무 잘해요"라며 함께 연기한 배우들을 치켜 세우던 그는 박희순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는 "좋은 배우고 좋은 사람이다.

너무 괜찮은 사람이여서 혼자만 알고 지내고 싶은 욕심이 들 정도다"라고 특히 강조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데다 온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포스'가 장난이 아니라서 희순 형이랑 같이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바짝 준비를 한 뒤 촬영을 했어요.

행여나 형이 '이 친구가 좀 부족하니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요.

형이 연기하는데 방해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습니다.

"(웃음)
고등학교 시절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예계에 들어온 박용하는 청소년 드라마 '스타트'를 거쳐 일일 연속극 '보고 또 보고'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한류 열풍을 일으키며 수년간 일본에서 주로 활약해 온 그는 작년 TV 드라마 '온 에어'를 통해 국내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일본에서는 음반과 공연 활동을, 한국에서는 TV, 영화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기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일본에서의 인기에 대해 "열심히 일했던 데다 마침 운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한 번도 가 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 말을 배워서 제 이름을 외쳐주는 거에요.

예상치 못하게 수천, 수만명이 모여서 저 하나만을 보고 열광을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턱 막히더군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
"아직도 영화를 보면 내 연기의 부족한 면만 보인다"고 스스로를 낮추는 그에게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 것 같으냐"는 막연한 질문을 던졌더니 "다른 건 몰라도 연기와 음악은 계속 하고 있을 것"이라는 힘 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취미로 사진 찍는 일을 시작했다가 지금은 전시회까지 열 정도로 재미를 붙였거든요.

아마 10년 뒤에는 사진 작업을 지금보다 더 많이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도 그 때쯤에는 결혼도 했겠죠.(웃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몰라도 연기와 음악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때도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겁니다.

"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