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티맥스 멤버에서 드라마로 스타덤

2007년 데뷔한 그룹 티맥스(T-MAX) 멤버로 3장의 싱글을 내고도 이름 한번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하지만 드라마 한 편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김준(본명 김형준ㆍ25)은 요즘 드라마의 위력을 톡톡히 실감하는 중이다.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서 부동산 재벌가 자제이자 신화고 F4의 송우빈으로 출연 중인 그는 이민호(구준표 역), 김현중(윤지후), 김범(소이정)에 비해 극의 비중이 적고, '러브 라인'도 없지만 신선한 얼굴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쓰고 나온 모자 페도라(중절모)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고, 그를 사칭한 가짜 미니홈피가 등장했으며, 길거리에서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얼굴을 알아본다.

4회 클럽 장면에서 선보인 그의 스윙 댄스는 네티즌이 빠른 속도로 편집해 '아장아장 댄스'라는 제목의 동영상으로 화제다.

'소싯적 장동건'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경기도 과천이 고향인 김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화학과 02학번. F4 멤버 중 맏형이지만 이민호, 김범과 달리 연기는 '초짜'다.

가수 데뷔를 준비하던 연습생 시절인 2006년 MBC TV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꽃미남 열풍 보도 때 출연했던 게 첫 TV 출연이었다.

"사실 캐스팅 소식에 저도 놀랐고 의외였어요. 제작진이 신인을 기용하고 싶었던 것 같고 제작진 중 저를 눈여겨 본 분이 있으셨대요. 하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전기상 감독님께 여쭤보지 못했어요."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하니 캐릭터 고민과 대사 암기에 무척 성실한 듯 보였다.

그는 모든 질문에 무척 신중하고 조리있게 답변했고 특히 송우빈에 대한 설명은 무척 진지하고 꼼꼼했다.

"송우빈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가족 중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어머니, 어린 동생들이 있어 책임감있게 자랐죠.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기댈 수 있는 연상녀를 좋아해요. 원작에서도 러브 라인이 없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외로운 사람이죠. 송우빈을 소개할 때도 '사랑보다 우정을 택한다'는 내용이 있었듯이 친구들의 중재자 역할을 하죠."

그는 촬영을 하면서 일본, 대만 판과 차별화된 한국적인 송우빈을 만들어내는데 고심했다.

티맥스 래퍼 출신에 착인해 '요(Yo)', '브로(Bro)' 같은 래퍼들이 많이 쓰는 용어를 대사에 섞어썼는데 시청자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또 그는 몇개월 간 '상류층 도련님'으로 살면서 무척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고 한다.

"부유한 배경을 겪어본 적도, 연상녀에 대한 호기심을 느껴본 적도 없었죠. 뉴칼레도니아, 마카오의 고급 호텔도 가봤고, 장식이 멋진 랍스터와 스테이크도 먹어봤지만 촬영용이어서 맛은 없던데요.처음 보는 고급 가구, 화려한 파티 의상도 신기했어요.승마와 아이스하키 등의 스포츠까지 해야하니 호강한다기보다 몸이 고생이죠. 하하."

그는 "송우빈의 삶이 부럽지는 않다"며 "집안에서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도 없고, 서민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평범한 삶을 호기심있게 바라보는 송우빈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송우빈과 실제 자신과의 간극을 메워준 것은 또래 연기자들이었다.

"처음에는 모두들 내성적인 듯해 어색했어요.하지만 극 초반 해외 촬영 때 한달간 붙어있으며 친해졌죠. 극중 거만한 이민호는 먼저 말을 거는 다정다감한 성격이에요.김현중은 엉뚱하게 웃겨 분위기 메이커죠. 김범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때의 모습과 닮았어요.평소 극중 이름으로 서로 호칭하는데, 장난을 쳐 한번 웃음이 터지면 멈출 줄을 모르죠. 이민호와 김범은 제 연기도 친절하게 지도해줘요."

그가 주목받은데다 티맥스가 부른 '꽃보다 남자' O.S.T 곡 '파라다이스'가 인기를 끌며 티맥스의 활동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티맥스는 '파라다이스'로 잠시 활동할 예정이며 4월 정규 1집을 발표할 계획이다.

"고교시절 조용한 학생이면서도 축제 때 춤 추는 게 좋았다"는 그는 "가수가 꿈이었다기 보다 음악을 무척 좋아했고 언더그라운드 힙합 가수들이 뭉쳐 만든 음반 '1999 대한민국'에 빠져들었다.친한 작곡가 형의 작업실에 다니며 작곡을 배우고 다른 가수의 노래 가이드 녹음도 했다.그러다 함께 연습생이던 두 멤버와 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 시작된 가수 활동이었고, 기회가 되면 연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이렇게 빨리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될 지 몰랐어요.시작하니 욕심이 생기네요.가수, 연기자로 계속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