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5일 개봉 영화 '마린보이' 인터뷰


"'태풍, 태양' 이후 스케이트를 안탔고, '식객' 다음에는 라면도 안끓여요. '마린보이' 때 고생한 것 생각하니 이젠 수영 다시 할 엄두가 안나네요."

영화 '마린보이'에서 김강우(31)가 연기하는 천수는 조폭 두목과 독종 경찰관에게 번갈아가며 시달리는 인물이다.

도박빚을 지게 된 천수는 바다를 헤엄쳐서 마약을 운반하는 '마린보이'(Marine boy)일을 해야 하는 처지다.

자의는 아니지만 사실 수영 강사인 천수가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특기인 수영 실력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달 5일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강우는 "사실 영화 출연 전에는 물이 무서워 수영장도 몇 번 안 가본 수준이었다"며 입을 열었다.

게다가 영화 속 천수는 수영으로 다져진 몸짱이라는 설정이었으니 김강우는 촬영 전부터 "태릉선수촌 소속 국가대표"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운동에 매진했어야 했다.

"제가 겁이 좀 많은 편이어서 수영을 잘 못하거든요. 근데 제 수영실력이 달리면 영화 자체가 망하는 것이잖아요. 하루 서너 시간씩 죽으라고 자유형만 팠어요. 게다가 몸매 관리 때문에 새벽에 기상해 웨이트트레이닝하고 수영하고 식단 조절도 하면서 고생 제대로 했죠."

'마린보이'는 누아르 스타일의 영화에서 캐릭터를 가져온 범죄영화이지만 그가 연기하는 천수는 철이 없어 보일 정도로 밝은 인물이다.

천수와 대조적으로 무겁고 진지한 인물인 강사장과 김반장 역은 "막내 삼촌뻘"인 대선배 조재현과 이원종이 맡았다.

김강우는 "천수가 강사장과 김반장과 달리 밝고 가벼운 인물이라서 즐기면서 편하게 촬영했다"며 "조재현 선배가 연기의 앙상블을 잘 맞춰주는 분이라서 부담없이 의지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재현에 대해 "겉으로 보이는 카리스마와 달리 장난기가 넘치는 선배"라고 말하는 김강우가 그와 호흡을 맞춘 연기에서 유일하게 부담을 느꼈던 신은 바로 격투신이다.

대선배이지만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몸싸움을 벌여야 했기 때문이다.

"'꽃피는 봄이오면'의 최민식 선배도 마찬가지였지만 조재현 선배도 연기를 잘하시는데다 유머 감각도 좋아서 그저 함께 있으면 재미있었거든요. 근데 격투 장면은 좀 다르더라고요. 형님들과 같이 연기할 때는 차라리 맞는 게 편해요. 제가 사실 '꽃피는 봄이오면'에서도 연기 중 최 선배를 때리기도 했었잖아요."

김강우는 2002년 영화 '해안선'에서 장동건에게 하극상을 하는 후임병 역으로 처음 영화에 데뷔했다.

이후 '실미도'의 막내 훈련병, '꽃피는 봄이 오면'의 시골 총각으로 차근차근 얼굴을 알리더니 '태풍,태양', '야수와 미녀', '식객'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자신의 자리를 차근차근 넓혀나가고 있다.

"연극영화학과(중앙대) 입학 때만 해도 연출이 꿈이었지만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되면서는 한눈을 팔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마린보이'가 30대의 첫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항상 30대를 '내 이름을 걸고 영화를 하는 시기'라고 말해왔었거든요. 이전보다 연기에 대한 여유가 많이 생겼지만 한편으로는 30대가 주는 부담도 적지 않아요. 제 이름을 걸고 좋은 연기를 해야죠. 톱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때 그때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좋은 연기를 하는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