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극장가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국영화와 새로 개봉한 할리우드 신작들의 대결이 볼 만하다. 우위썬 감독의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톰 크루즈 주연의 '작전명 발키리',정준호 주연의 코미디 '유감스러운 도시' 등 신작 '빅3'가 나란히 개봉해 한국 코미디 '과속스캔들' 및 치정사극 '쌍화점'과 경쟁한다. 여기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체인질링'과 애덤 샌들러의 코미디 '베드타임 스토리' 등이 가세한다. 미셸 공드리 감독과 잭 블랙이 호흡을 맞춘 코미디 '비카인드 리와인드',해외에서 먼저 화제가 된 한국 다큐멘터리 '워낭소리',8년 만에 재개봉하는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타인의 취향' 같은 소규모 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흥행몰이에 나설 '빅3' 오락영화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은 지난해 선보인 1편을 잇는 완결편.중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를 그린 이 영화는 스펙터클한 전투신과 함께 양측의 심리전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제갈공명이 10만개의 화살을 모으는 '초선차전'(草船借箭)이나 수백척의 배가 불타오르는 화공전(火攻戰)은 압권이다.

'작전명 발키리'는 세계 최고의 티켓 파워를 지닌 톰 크루즈가 독일군 장교로 히틀러 암살 작전에 가담하는 내용의 스릴러.출연작마다 대박을 터뜨린 톰 크루즈에 대한 관객들의 신뢰가 큰 데다 히틀러 암살은 그동안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색다른 소재다. 긴장감과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연출력이 뛰어나다.

'유감스러운 도시'는 정준호와 정웅인 정운택 등 '두사부일체'의 출연진이 다시 모여 만든 조폭코미디.조직에 침투한 경찰과 경찰에 투입된 조직원 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게 강점.

◇수성을 선언한 '빅2' 한국 흥행영화

유하 감독의 '쌍화점'은 고려 말기 왕실을 배경으로 만든 액션 멜로.왕(주진모)과 왕비(송지효),호위무사(조인성)의 묘한 삼각관계가 치명적인 결말로 치닫는 과정이 화려한 궁중 세트 등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표현돼 있다. 동성애 장면 등 파격적인 베드신이 눈길을 붙든다.

관객수 700만명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과속스캔들'은 30대 할아버지,20대 딸,여섯 살짜리 꼬마가 엮는 기막힌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차태현과 박보영이 주연을 맡았다.

◇인생을 성찰하는 영화

'체인질링'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연출하고 앤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드라마.19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홀어머니 크리스틴의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가혹한 세상과 맞서는 크리스틴의 감동적인 인생을 통해 우리네 삶과 가족을 되돌아보게 된다.

'버터플라이'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프랑스 영화.자극적인 갈등 구조는 없지만 삶을 관조하는 여유와 잔잔한 감동이 있다. 생의 후반부에 놓여 있는 무뚝뚝한 노인(미셸 세로)과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여덟살 꼬마(클레르 부아닉)가 나비를 찾아 떠나는 1주일간의 여행을 그린 로드무비다.

'워낭소리'는 한국 다큐멘터리로는 처음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작품.여든살의 할아버지 농부와 그의 부인이 30년을 키워온 늙은 소의 말년을 묵묵히 지켜본다. 생로병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돋보인다. 다큐멘터리에 흔히 나오는 내레이션도 없고 배경음악도 많지 않지만 스크린 속 노년들의 삶이 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코미디

'미카인드 리와인드'는 프랑스 미셸 공드리 감독과 미국 배우 잭 블랙이 함께 만든 코미디.친구가 일하는 비디오가게에 들렀다가 실수로 모든 테이프들을 자력으로 지워버린 주인공이 고객이 원하는 영화들을 맞춤식으로 제작하면서 스타가 되는 이야기.다소 기괴한 느낌이면서 어느 순간 웃음을 끌어내고 마지막에는 찡한 기분까지 안기는 미셸 공드리식 코미디.

'베드타임 스토리'는 호텔 경영자가 되고 싶은 주인공과 그의 조카들이 지어내는 동화가 현실로 구현되는 팬터지 코미디.정 많고 마음 따뜻한 젊은이 역을 도맡아온 애덤 샌들러가 주연으로 나섰다.

◇연인과 함께 즐기는 색다른 로맨스

흥행 돌풍에 힘입어 1년반 만에 재개봉하는 '원스'는 가난한 거리의 가수들이 펼치는 노래와 로맨스를 담은 아일랜드 영화다. 실제 가수이자 연인 사이인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의 감수성을 듬뿍 담은 노래들과 러브 스토리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2007년 개봉 당시 소규모 영화치고는 놀라운 20만명이라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 로맨틱호러 '티스'는 예쁜 사춘기 소녀가 이빨 달린 성기로 여러 남자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색 코미디.서양신화에 등장하는 '바기나 덴타타'(이빨 달린 성기)를 소재로 도입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