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매가 다시 찾아온다.

지난해 SBS '일지매'에 이어 이번에는 '돌아온'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MBC판 '일지매'가 21일부터 전파를 탄다.

지난해 7월 종영한 SBS '일지매'는 이준기를 내세워 톡톡히 재미를 봤다.

20부작이었던 이 드라마는 막판 시청률이 30%를 돌파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불과 6개월 후 같은 소재로 또 다른 재미를 빚어내야 할 '돌아온 일지매'의 제작진으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돌아온 일지매'가 과연 '일지매'의 그늘에서 벗어나 시청자에게 또 먹힐지 관심이다.

◇'일지매' VS '돌아온 일지매'

사실 '돌아온 일지매'는 고우영 화백의 원작 만화를 기초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일지매'와는 뿌리부터 다른 드라마다.

'일지매'도 조선 시대에 활약한 의적 영웅 일지매를 다루고 있지만 스토리는 모두 작가가 새롭게 빚어낸 내용이다.

SBS의 일지매는 궁을 털어 백성을 구해내려고 애쓰는 등 임금(김창완)과 맞서는 듯한 인상을 줬다.

탐관오리를 혼내주면서 아버지(조민기)를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섰는데 '악의 근원'에 임금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MBC 일지매의 대척점에는 반정을 꿈꾸는 벼슬아치 김자점(박근형)이 자리잡고 있다.

또 이 일지매는 청나라에서 성장한 후 대마도로 흘러들었다가 조선으로 돌아오는 등 한ㆍ중ㆍ일을 아우르며 스케일 굵은 영웅을 선보이게 된다.

'궁' 등에서 유려한 영상을 선보였던 황인뢰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도 '돌아온 일지매'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황 PD는 "촬영 기간에 다소 여유가 있었던 만큼 영상에 많은 신경을 썼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활약상이 두 드라마의 색깔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SBS는 '한류스타'로 떠오르는 이준기가 드라마의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인지도 높은 배우가 기대 이상의 연기를 펼치며 흡입력을 높였다.

MBC가 내세우는 카드는 정일우다.

정일우는 이준기에 비해 인지도나 연기 경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찾아낸다면 정일우판 일지매가 새롭게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도 있다.

◇초반 '대진운'이 좋다

'돌아온 일지매'로서는 방송 초반 '대진운'이 좋다는 점도 호재다.

우선 이 드라마는 MBC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 온 수목극 시간대에 편성됐다는 점에서 이전 드라마의 '후광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토벤 바이러스'부터 최근 종영한 '종합병원2'까지 MBC는 이 시간대에서 10%대 중후반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선전했다.

여기에 수목극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KBS2 '바람의 나라'가 15일 종영한 것이 '돌아온 일지매'에게는 큰 위안거리다.

KBS는 이 시간대에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후속 편성했지만 4부작인 이 드라마가 '바람의 나라'처럼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비슷한 시간대의 SBS '스타의 연인'도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24부작 '돌아온 일지매'로서는 초반에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며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문제는 2월 이후다.

박예진이 주인공을 맡은 KBS2 '미워도 다시 한번'이 이 시간대에 전파를 탈 예정이며, SBS도 '카인과 아벨'을 내세워 분위기 반전을 꾀할 계획이다.

특히 '카인과 아벨'은 '한류스타' 소지섭을 중심으로 신현준, 채정안 등 굵직한 스타들이 주연을 맡아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되는 드라마다.

'돌아온 일지매'의 제작진은 "전체 촬영 분량의 75% 가량을 이미 찍어 놓은 상태로 2월이면 모든 촬영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국내 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촬영한 만큼 컴퓨터그래픽, 편집 등 후반 작업에 많은 공을 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인이 주인공이라 출연료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80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쓸 수 있었다"며 "최근 미니시리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퀄리티로 승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