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시도 도밍고 내한공연

13일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2부가 시작한 지 5분 정도 지났는 데도 공연장 출입문은 여전히 분주하게 여닫혔다. 늦게 온 관객들과 일찍 나가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1부에서도 늦게 온 관객들로 공연 시간 내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된 터여서 더욱 신경에 거슬렸다. 공연은 당초 오후 8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입장하지 않은 관객들이 많아 15분가량 늦게 시작됐다. 2부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미리 나가려는 관객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오히려 앉아있는 관객들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매너만을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관객들이 이렇듯 바쁘게(?) 움직였던 것은 체조경기장의 주변 교통 여건이 원인이 됐다. 9000여명의 관객들이 모여든 체조경기장 주변은 이미 공연 시작 전에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미리 공연장을 빠져나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밍고를 비롯해 빌리 조엘,셀린느 디옹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내한 공연을 할 때마다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잡는 이유는 국내 대형 무대가 부족한 탓이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비싼 개런티를 주고 이들을 데려온 만큼 수지를 맞추려면 한꺼번에 많은 좌석을 채워야 한다.

게다가 국내 공연 관람 인구가 아직 부족하다보니 2회 이상은 좌석을 채우기도 힘들다. 해외에는 런던의 웸블리 파크,도쿄 돔,엘에이의 스테이플즈 센터 등 경기장과 공연장을 겸할 수 있는 대형 무대가 갖춰져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어수선한 객석의 분위기에 비해 공연 자체는 무난했다. 도밍고는 그의 18번인 '아를르 연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과 '항구의 선술집 여주인' 중 '그럴리가 없어요'를 훌륭하게 소화해 건재를 과시했다. 한국에서 첫 무대를 선사한 메조 소프라노 캐서린 젠킨스는 '카르멘' 중 '집시의 노래'를 풍성한 음색으로 소화했다. 특히 그가 부른 '하바네라'는 근래에 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