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 MC

평소 걸출한 입담을 자랑해온 배우 박중훈이 토크쇼의 진행을 맡았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은 TV에서 그의 폭소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KBS 2TV 토크쇼 '박중훈쇼 대한민국 일요일밤'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시사토크쇼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에서 예상을 깨고 진지하게 대화를 이끄는 그의 모습에 "재미없다"는 말이 나왔고 오락적인 장치가 없는 일대일 대화는 "80년대 토크쇼 같다"는 평가도 들었다.

박중훈은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너무 무례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무례함이 시대를 대변하는 정서라고 착각하고 있는데 '박중훈쇼'는 무례하지 않으면서 따뜻하게 핵심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례한 시대에 유감"
박중훈은 "정우성이 나왔던 토크에 효과음과 망치 그림, 자막을 넣었으면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 말할 때 자막을 넣느냐"고 반문하며 "여백과 공백의 차이가 안 받아들여 지는 시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며 말했다.

"우리는 너무 무례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멱살을 잡고 싸우기 직전의 말을 해도 초대손님은 대답하죠. 이게 시대를 읽는 트렌드인 양 알려져 있어요.

왜 꼭 면박을 주고 통쾌해 해야 하는지 '시대유감'이죠. '박중훈쇼'에서 김태희에게 재벌 2세와의 소문 등에 대해 다 물어봤지만 무례하지 않았습니다.

"
그의 '쓴소리'는 거침없이 이어졌다.

박중훈은 "착한 것의 반대는 약한 게 아니라 악한 것이고 가볍다의 반대는 무겁다인데 착각을 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은 무례하지 않은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썰렁해'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하는데 우리가 웃기려고 태어난 것은 아니잖아요.

'박중훈쇼' 역시 웃기려고 하는 쇼는 아닙니다.

그래서 토크쇼를 EBS에서 하려는 생각도 해봤어요.

"
그가 토크쇼 MC로 나선 이유도 무례함이나 웃음이 아닌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는 너무 분열돼 있는 소통 불능의 시대가 됐다"며 "이는 따뜻함이 없기 때문인데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이 쇼를 통해 나눠주고 싶은 게 이 프로그램을 맡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주인장 손님으로는 두달도 못 가"

'박중훈쇼'는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등 TV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스타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까지 초대손님들은 배우라서가 아니라 보고 싶은 인물을 섭외하다 보니 배우가 많았어요.

초대손님 결정에는 제가 절대 개입하지 않아요.

다만 할 수 있다면 섭외에는 도움을 주죠. 식당도 주인의 손님으로는 두 달도 못 가요.

그 이후로는 식당 맛으로 가야죠."
오랜 세월 재치있는 입담으로 최고의 초대손님이었던 박중훈은 이제 "토크쇼의 생명은 초대손님이 빛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폭소가 아닌 미소를 추구하는 방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건 등 박중훈과의 친분으로 출연한 스타들은 프로그램 방송 이후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다행히 출연자들은 고맙다고 해요.

장동건 씨는 착한 남자, 정우성 씨는 똑똑한 남자 이미지가 생겼더라고요.

안성기 씨는 너무 친하니까 다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물어봐야 하니까 어려울 것 같고요.

"
지금까지 방송분 중에서는 고(故) 최진실의 동생인 탤런트 최진영 편이 어려웠다고 소개했다.

"최진영 씨는 섭외부터 어려웠어요.

진영 씨가 누나인 고(故) 최진실 씨에게 '누나, 중훈이 형이 자꾸 나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진실 씨가 '중훈이 오빠인데 당연히 나가야지'라는 답이 돌아와 출연했다고 하더라고요.

"
초대하고 싶은 손님에 대한 질문에는 "대중의 주목을 받는 사람보다는 대통령처럼 대중에게 물리적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들을 불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스트는 게스트와 다르다"

박중훈의 입담을 아는 이들은 그에게 "'박중훈쇼'에서 평소처럼만 말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박중훈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왜 평소처럼 안 하느냐고 하는데 사석과 밤 11시대 TV화면에서 정제된 언어로 할 수 있는 것은 다르죠. 모든 계층이 보는 TV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말해야 하니까요.

제가 얼마든지 좌지우지 흔들었다 놨다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에요.

"
지금까지 '게스트'로 출연해 웃음을 주던 박중훈과 '호스트' 박중훈이 다르다는 점도 분명했다.

"박중훈이 호스트란 것에 대한 낯설음도 있겠죠. 박지성이 공격수인데 수비를 시키는 것처럼요.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하길 바랐는데 아니어서 어색하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제가 언제까지나 코믹함을 답습한다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요.

이제 어른은 아니지만 40대로 사회 중추가 됐는데 언제까지나 그럴 순 없지요.

"
토크쇼 MC로서 방송에 대한 뚜렷한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박중훈이 토크쇼 MC로 완성된 상태는 물론 아니다.

"저는 방송인으로서 미완의 대기였지 완성이 아니죠. 석유 매장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원유를 휘발유로 정유하는 방법은 알아가는 중이죠. 다만 떳떳한 건 진심을 가지고 한다는 거죠."
끝으로 그는 "웃긴 영화만 재미있는 게 아니라 스릴러, 슬픈 영화도 재미있는 것처럼 재미는 곧 웃음이 아니다"라며 "12라운드 권투 시합이라면 이제 1라운드가 끝난 것"이라고 꾸준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