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미국의 각종 영화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거나 여러 부문에 후보로 오른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국내 극장가에 속속 찾아와 영화팬들을 즐겁게 할 전망이다.

상업적 성공 가능성과 관계없이 어려운 내면 연기에 도전해보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최근 경향을 반영하듯 거장 감독들의 묵직한 영화에 스타들이 출동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이 잊은 브래드 피트 '벤자민 버튼' = 브래드 피트가 '나이를 잊은' 연기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가 2월 12일 개봉한다.

80세의 나이로 태어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점점 젊어지는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과 데이지(케이트 블란쳇)의 평생 어긋나는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 드라마다.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핀처는 '세븐', '조디악' 등 범죄물로 유명세를 얻은 감독. 특히 '조디악'은 사실적이고 복잡한 전개로 관객에게 '머리를 쓸 것'을 요구한 지적 스릴러물로 2007년의 대표적인 수작으로 꼽혔다.

신작 '벤자민 버튼…' 역시 미국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미비평가협회(NBR)와 미국영화연구소(AFI)가 선정한 '2008년 최고의 영화 10편'에 이름을 올렸고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SAG)상 등에 작품상 후보로 올랐다.

◇야심찬 정치물 '프로스트 VS 닉슨' =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한 론 하워드 감독의 신작 '프로스트 VS 닉슨'은 영국의 TV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마이클 쉰)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프랭크 란젤라)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사건'은 워터게이트 이후에 시작된다.

마이클 쉰이 맡은 프로스트는 사임한 닉슨 전 대통령의 인터뷰를 따내고 마주 앉아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의 변화를 눈여겨볼 만하다.

'프로스트 VS 닉슨' 역시 '벤자민 버튼…'과 마찬가지로 미국영화연구소(AFI), 전미비평가협회(NBR)가 선정한 '2008 최고의 영화 10편'에 이름을 올렸으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도 작품상, 남우주연상(란젤라) 등 5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다.

이 영화는 확실한 개봉일을 잡지는 않았지만 국내용 제목을 '프로스트 VS 닉슨'으로 정하고 관객들의 최초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 시사회를 이달 초에 여는 등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체인질링' 졸리에게 연기상 안길까 = 22일 개봉하는 '체인질링'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펼치는 절절한 모성 연기가 화제를 불러온 영화다.

영화감독으로서 재능을 널리 인정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은 '체인질링'은 '밀리언달러 베이비' 등 이스트우드의 전작들처럼 비정한 세상에 맞서는 인간의 용기와 의지에 대한 이야기다.

1920년대, 직장여성 크리스틴(졸리)의 어린 아들이 사라진다.

시민들이 유괴범을 잡지 못하는 경찰에 분노를 쏟아내자 경찰은 엉뚱한 소년을 데려와 크리스틴에게 아들로 인정할 것을 강요한다.

이를 거부하자 경찰은 그를 미친 여자로 몰아가고, 크리스틴은 진실과 아들을 찾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그동안의 섹시하고 거친 이미지와 달리 슬픔을 속으로 삭이다가 끝내 분노를 쏟아내는 졸리의 모성 연기는 많은 박수를 받았고, 골든글로브상, 미국배우조합(SAG)상 등의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