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5일 충북 영동 편으로 시작된 여섯 남자의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이 두번째 겨울을 맞았다.

강원도 인제군에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1박2일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혹한기 대비 캠프가 마련됐다.

알 만한 사람은 이제 다 알지만 여전히 '1박2일'에 시청자들이 묻고 싶은 한가지는 진짜 '리얼이냐'에 대한 질문일 듯하다.

아무것도 없는 산속에서 멤버들이 직접 집을 짓고 밥을 해결하며 추위, 배고픔과 맞선 '야생'의 현장에서 그 대답을 눈으로 확인했다.

◇야생을 향해 출발!


출발일인 31일 오전 7시, 해가 짧아져 아직도 깜깜한 가운데 '1박2일' 출연진이 여의도 KBS에 집합한다.

밤새 장대비가 쏟아져 '제대로 촬영이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지만 제작진의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가 번진다.

이명한 PD는 "가장 야생스러운 환경을 보게 될 것"이라며 "멤버들의 더 깊은 곳에 있는 야성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악천후일수록 좋다"로 말했다.

최강의 야생환경으로 들어가야 하는 멤버들에게 제작진이 마련한 '최후의 만찬'이 준비됐다.

푸짐한 뷔페가 아침 식사로 제공됐으며 고급 리무진형 버스를 타고 푹 휴식을 취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 혹한기 캠프는 촬영 전까지 멤버들에게 100% 비밀에 부쳐졌다.

혹한기 환경에 던져진 멤버들의 생생한 반응을 담기 위해서다.

우선은 호사를 누리지만 슬슬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은지원이 버스에 붙은 '섬 전문 여행사'라는 광고문구를 보고 섬 촬영의 악몽을 떠올리지만 목적지가 섬이 아닌 '육지'라는 말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3시간 넘게 달린 끝에 드디어 반경 수㎞ 내에 민가조차 찾을 수 없는 썰렁한 폐가 앞에 도착했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을 어떻게 찾았느냐"라는 멤버들의 아우성, 새벽에 내린 비로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 코끝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야생이란 이런 것


혹한기 의상이 지급되고 본격적인 야생 생활이 시작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플래카드를 본 MC몽은 '뭉쳐도 죽을 것 같다'며 혀를 내두른다.

집짓기와 밥 먹기도 멤버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작업반장' 이수근을 필두로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에 비닐을 쳐서 약 두 시간 만에 비닐하우스를 완성한다.

얼마나 방송에 담길지 모르는, 오락보다는 '생존'을 위한 작업이다.

대본도 없고 정해진 대사도 없다.

제작진이 "비닐하우스 안이나 밖이나 온도 차이가 없다"며 걱정할 정도지만 이 역시 '리얼 버라이어티'의 운명이다.

저녁 식사도 마찬가지. 음식도 철저히 통제되기 때문에 멤버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맨손으로 며칠 굶은 사람처럼 먹는 모습이 '리얼'할 수밖에 없다.

전원이 비닐하우스에서 자는 동안 들쥐가 출현했지만 들쥐 역시 '야생'의 일부일 뿐이다.

다음날 아침 밤새 추위에 떤 멤버들은 '피폐한' 얼굴이었지만 의연한 표정이다.

MC몽은 능숙한 솜씨로 장작불을 피우며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고 말하고, 강호동도 "오늘은 좀 추운 것만 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촬영이 중단됐을 때는 어떤 풍경일까.

카메라가 돌지 않는다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기껏해야 모닥불에 손을 쬐는 정도. 먹을 것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카메라 10여 대가 멤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쉴 새 없이 따라잡는다.

사실상 1박2일간의 거의 모든 시간이 촬영되는 셈이다.

1박2일간 촬영된 테이프만 400-500개에 달하고 편집하는데만 꼬박 3일이 걸린다.

◇야생을 대하는 '1박2일'의 자세


강호동과 출연진이 이런 '사서 고생'을 마다치 않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이제 이런 고생도 적어도 '1박2일' 동안 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장난기 넘치는 멤버들도 '1박2일'의 의미를 묻자 한순간 진지해진다.

'은초딩' 은지원의 대답이 '1박2일'에 대한 그들의 마음가짐을 명쾌하게 요약한다.

"솔직히 '1박2일' 찍는 것보다 집이 더 좋아요.여기 오면 워낙 힘드니까요.그래도 계속 오는 것은 멤버들 때문이죠. 모르는 사람하고 2시간도 같이 있기 어려운데 서먹하면 1박2일을 어떻게 지내겠어요."

MC몽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사람들이 있다면 행복하다.내 감정을 뒤흔드는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멤버들의 소중함을 전했다.

이수근은 "1박2일이 없었으면 내가 '고음불가' 이후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내게 새로운 삶은 만들어준 '1박2일'에 항상 감사하고 장수 프로그램이 돼서 (이)승기 결혼까지는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지한 김C는 한결 더 진지하게 말한다.

"살면서 두려움이 별로 없는 편인데 이건 아직도 두려움의 대상이에요.오락프로그램에 대한 못된 편견과 폄하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 안에 들어오고 나서 버라이어티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어요.어느 분야든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달라요.저는 5명의 프로 속에 1명의 시민대표로 참여하고 있어요."

끝으로 강호동은 "1박2일은 결혼이다.부족한 사람들이 만나서 하나의 완성을 이룬다"며 "힘들게 촬영하는데 결과를 떠나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제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