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라는 단어를 좋아해요.씨름선수에게 최고의 찬사가 '역시'거든요.'역시 강호동'이요."

씨름선수 시절 항상 '역시 강호동'이었던 그가 지금 모래판이 아닌 곳에서 같은 말을 듣고 있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을 이끌고 있으며 MBC '무릎팍 도사'와 SBS '스타킹' 등 지상파 방송 3사를 누비며 최고 MC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평소 인터뷰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진 강호동이 '1박2일'의 혹한기 대비캠프 현장인 강원도 인제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천하장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강호동은 아름다운 팔도강산을 배경으로 하는 '1박2일' 촬영 후 아내와 함께 같은 코스를 다시 여행할 정도로 가정적이고 여행을 '억수로' 좋아하는 남자이다.

"집에서는 별명이 '인간 난로'인데 잘 챙겨주지 못해 항상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아내 사랑을 전하지만 이제 그는 아내 뿐만이 아니라 전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 위치에 올라있다.

"나이가 들면서 나 자신도 웃을 일이 없어져요.옛날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봐도 재미있었는데 점점 감성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변하면서 웃음이 줄어요.'1박2일'이 똘똘 뭉쳐 조금이라도 웃음을 드릴 수 있다면 보람이지요."

1993년 천하장사에서 개그맨으로 변신한 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강호동 고백은 계속된다.

"방송 일은 할수록 어렵고, 어려워서 또 재미있어요.옛날에는 내 위주로 살았고 나만 잘되면 되는 줄 알았어요.씨름이 개인 종목이잖아요.천하장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방송을 해보니 지금은 그게 아니에요.예전에는 출연료만 많이 받고 나만 빛났으면 했어요.뉴스를 봐도 안 좋은 일을 보면 내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했고요.이제는 국민 여러분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성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고 싶어요."

◇"잊어야 새 아이디어가 나와요."

'1박2일' 방송까지는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고된 촬영 과정이 따른다.

"뱃멀미에는 장사가 없더라고요.배를 타는 섬 촬영이 가장 힘들었고요.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상황에 따라 달라요.백령도 촬영에서는 30시간을 촬영하면서 축구도 하고 해병대 병사들과 씨름도 하면 체력이 바닥났지요.그런 날은 자는 게 아니고 기절하는데, 공기가 좋고 맑아서인지 2-3시간만 자도 거뜬해요."

'1박2일' 촬영 중 가장 기억나는 곳을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먼저 돌아온다.

"어제 했던 것을 빨리 잊어버리는 것도 재능입니다.그렇지 않으면 다른 데 적응이 안 돼요.'무릎팍도사'도 1주일 동안 자료를 봐야 되고요.'1박2일'도 체력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쏟고요.잊어버려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요.그래서 '1박2일'에서 기억나는 곳은 어려운 질문입니다."

하지만 멤버들과 곳곳에서 함께 한 가슴 벅찬 경험들이 쉽게 잊힐 리가 없다.

"물론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도 기억에 남고 윤동주 시인의 생가가 있는 용정에서 동포들과 함께한 콘서트도 기억나고요.병사들과 씨름을 했던 백령도도 기억나고요.십몇 년 만에 샅바를 잡았는데 이기는 게 정답인가 고민했어요."

당시 강호동은 쇠도 씹어먹을 듯한 해병대 장정 6병을 씨름으로 물리쳐 여전한 힘을 과시했다.

◇"멤버들 생각에 가끔 울어요."

'1박2일'은 천하의 강호동도 울린다.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동고동락하는 동생들 때문이다.

"가식이 아니고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파트너가 돼 같이 방송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맨정신에는 아니지만 술 한잔 먹으면 그런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과대포장된 강호동을 따른다는 게 고맙고, 이런 동생들을 두고 있다는 게 짜릿하고 눈물이 나죠."

멤버들 모두 강호동을 100% 믿고 따르지만 정작 강호동은 재능 있는 동생들을 높이 산다.

"어릴 때부터 예능을 전문적으로 하지 않아서 기초를 갖춘 사람이 제일 두려워요.씨름은 기초가 완벽하지만 저는 방송은 열심히 하고 싶어도 기초가 없잖아요.이제 15년을 했으니 간혹 걸리는 웃음도 있지만 기초는 제 콤플렉스에요."

천하장사 출신 강호동에게 이제 방송은 개인종목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단체 종목이다.

'1박2일'은 대본이 없지만 강호동은 카메라 앞에서 제작진을 믿고 마음껏 끼를 펼친다.

"홈런을 치고 싶은데 삼진을 두려워하면 안 되죠. 홈런을 치려고 과감하게 풀스윙을 하다 보면 좌절할 때도 있지만 제작진을 믿고 나가야죠."

물론 그가 '풀스윙'으로 홈런을 치기까지는 수많은 고민과 연습 과정이 숨어있다.

"백두장사 대회 때는 정확히 1주일 전부터 소화가 안 돼요.천하장사는 보름 전부터 그래요.잘하고 싶고 쟁취하고 싶으니까요.프로그램은 더 심하죠. 잠을 설치고 고민하게 되고요.그런데 고민하면 그만큼 성과가 있더라고요."

(인제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