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을 사며 화려하게 살아가는 연예인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초 자살한 가수 유니씨는 성형 논란 등에 관한 '악플'로 심적 고통을 받았으며 탤런트 정다빈씨는 출연 제의 감소와 인기 하락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환씨는 과다한 부채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고통받았거나 우울증을 앓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진실씨도 조성민씨와의 이혼 후 우울증 치료를 몇 차례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직업상 섬세한 감정을 갖고 있는 배우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외부적인 영향에 심적 상처를 깊게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예기획사 바른손 엔터테인먼트의 김민숙 대표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인터넷 글에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인터넷 글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일반인들이 그것을 기정 사실화한다는 것이 배우들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연예인들은 인기에 의해 존재감이 좌우되는 직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인기의 지속 기간은 짧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비쳐지는 화려한 모습 뒤에서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에 시달리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한 일부 연예인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우울증을 앓고 그것이 자살로 마감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가정불화와 경제적 파탄과 같은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좌절의 정도를 훨씬 크게 느끼게 된다"며 "얼굴이 알려진 스타인만큼 고통을 쉽게 드러내기 어렵고,주목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주변을 의식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민성길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유명인일수록 마음속 갈등을 누구에게 털어놓기 힘들다"며 "그것은 분노일 확률이 높고 그것이 쌓여 내적 갈등이 심화될 때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살,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이라는 책을 최근 펴낸 오진탁 생사학연구소장(한림대 교수)은 "연예인 자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울증 치료가 늦어졌기 때문인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대중의 비난에 따른 심적 부담감과 창작의 고통으로 일반인들보다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의 자살이 일반인들의 모방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은 '저렇게 유명한 사람도 자살하는데 나쯤이야'라는 논리아닌 논리를 제공해준다는 설명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유정화 간호사는 '한국에서 베르테르효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 저명인사가 자살한 뒤 모방자살한 통계를 조사한 결과,1994년부터 2005년까지 12년간 유명인이 자살한 뒤 일반인이 월 평균 137명이나 더 자살했다고 보고했다. 유 간호사는 "이은주씨가 자살했을 때 일반인의 모방자살이 가장 많았다"며 "이씨가 숨진 2005년 2월22일부터 1개월간 총 1160명이나 자살해 유명인의 자살이 없던 다른 해 같은 기간보다 425명이나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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