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달콤한 인생' 출연 인터뷰

"불륜이 아닌 로맨스로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좋으니 피곤한 줄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나온 대본을 모두 비닐로 싸 놓을 정도로 애정이 많습니다. 시청률은 지금 수준이 계속 돼도 상관 없어요."

며칠째 계속되는 빡빡한 촬영 도중 잠시 짬을 내 인터뷰에 응한 오연수(37)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드라마 내용에 대해 설명할 때는 흥겨운 기분에 도취된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20년 가까운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오연수를 살짝 흥분시킨 드라마는 MBC TV 드라마 '달콤한 인생'(극본 정하연, 연출 김진민)이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우연히 만난 젊은 남자 이준수(이동욱 분)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연출력과 극본 완성도 등 드라마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계속됐다.

그가 이런 기분으로 촬영하는 것은 2004년 KBS 2TV '두 번째 프러포즈'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작가께서 남편의 외도를 접한 여자의 심리 등 감정 묘사를 정말 잘 해 주십니다. 이야기 구조의 수준이 높다 보니 일반 시청자는 어렵게 느낄 수도 있어요. 초반부를 보지 못한 분들은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죠. 특히 일본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1~3부는 정말 아름다운데 이를 보지 못한 시청자가 있다면 아쉬울 뿐입니다."

드라마는 윤혜진(오연수 분)-하동원(정보석 분) 부부를 중심으로 이준수(이동욱 분)-홍다애(박시연 분) 커플이 멜로와 미스터리로 복잡하게 엮인다.

윤혜진은 극 초반 일본으로 여행갔다가 이준수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며, 이준수를 사랑하는 홍다애는 하동원의 정부로 등장한다.

애정관계가 복잡한 만큼 미묘한 심리를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오연수는 현모양처 스타일의 단아한 가정주부 연기와 함께 젊은 남자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리는 감정 연기까지 두루 소화해야 한다.

"감독님, 배우들과 함께 토론을 해 가며 캐릭터의 감정을 잡아가고 있어요. 불륜이 아닌 로맨스로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준수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묘한 심리를 그리고 있어요. 혜진이 준수에게 쉽게 다가갔다가는 맞바람처럼 비칠 수 있거든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저럴 수 있겠다'고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이 드라마가 작품성보다는 베드신과 수영복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고, 시청률도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난달 3일부터 방송한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이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작품으로 알려져야 하는데 베드신 등이 화제가 되고 있지요. 홍보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홍보를 노려 일부러 그런 장면을 넣은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 흐름 상 꼭 필요한 장면이에요. 시청률의 경우 이 드라마 직전 출연한 '주몽' 등 세 작품 모두 30%를 넘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출연하며 시청률 1% 올리기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하지만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만큼 시청률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그는 최근 드라마 출연 때문에 '엄마'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남편인 손지창이 집안일 등에 도움을 주며 '외조'에 힘쓰고 있다.

"아이 학교에 부모 참관 수업 일정이 생겼는데 저는 드라마 스케줄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대신 아이 아빠가 갔죠. 초등학교 3학년인 큰 아이는 엄마가 일을 하는 것을 이해하고 존중해줘서 고맙게 일하고 있어요. 저는 촬영이 없을 때는 집에 헌신하는 엄마가 되지만, 촬영을 할 때는 그야말로 빵점 엄마가 되죠."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