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스포트라이트'서 사회부 기자 역

"소매치기 역을 연기하다가 이제 소매치기를 쫓아다니는 역을 맡게 됐어요."

청순한 이미지의 대명사인 배우 손예진(26). 영화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KBS 2TV 드라마 '여름향기' 등에서 여린 멜로 감성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지난 몇 년 동안에는 청순미를 벗고 발 빠르게 연기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영화 '작업의 정석'에서는 능청스러운 '작업녀' 연기에 도전했고, SBS TV 드라마 '연애시대'에서는 이혼한 여성의 미묘한 심리와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최근 '무방비 도시'에서는 아예 소매치기범으로 나서 새로운 면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방송사 기자 세계를 밀도 있게 다룰 MBC TV 드라마 '스포트라이트'(극본 이기원, 연출 김도훈. 5월14일 첫 방송)에서 좌충우돌하는 여기자 역을 맡았다.

"머리를 2~3일 동안 감지 못하고 때가 잘 타지 않는 검은색 의상을 주로 입으며 경찰서에서 남자 기자들과 뒤엉켜 잠을 자야 하는 등 일선 여기자의 고충을 들었어요.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는 이유는 머리를 감지 않은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라는 등의 이야기도 접했지요.

'여기자들은 여자이기를 포기해야 하는구나.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극 초반부에는 최소한의 화장만 하고 단벌 의상으로 출연합니다."

그는 극중에서 3년차 기자 서우진으로 등장한다.

수습 기간을 거쳐 사회부 2진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드라마에서는 서우진이 좌충우돌 실수를 저지르며 진정한 기자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캡(사건사고 관련 선임기자)인 오태석(지진희)으로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게 되며 와중에 그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기자 출신으로 앵커 자리까지 오른 김주하, 김은혜 등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다.

"'신창원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건을 촬영한 적이 있어요.

서우진은 장진규(신창원)를 취재하기 위해 다방 종업원으로 분장한 후 몰래카메라를 달고 모텔로 들어가지요.

하지만 서우진의 실수로 경찰은 다 잡은 장진규를 놓쳐요.

그나마 몰래카메라의 소리가 지워지는 바람에 방송에도 차질을 빚습니다.

신문사 기자인 친오빠에게 실수로 기사를 제보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극중 서우진은 이 같은 시련을 이겨내며 조금씩 커간다.

몸으로 '기자정신'을 받아들이게 된다.

"현장 기자들은 소명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진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자정신은 부패를 바로잡고, 부딪히더라도 진실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들이 그렇게 활동하지 않으면 사회는 더 부패될 수 있겠지요."

다만 정확한 취재 없이 보도되는 기사에 대해서는 "기자가 루머 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기사화하면 국민은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무턱대고 쓰는 부정적인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독이 되는 기사 등에 자극을 받아 성장하는 면도 있다"고 밝혔다.

현실감 있게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요즘 뉴스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 "기자는 뉴스 리포팅 때 목소리를 한 단계 높인 후 일정하게 말하는데 이런 특징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기자직을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성격 때문이란다.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리포팅 장면을 녹화하는데 정말 떨렸어요.

유가족에게 가서 인터뷰를 하다가 눈물이 나기도 했지요.

감정적으로 리포팅해야 시청자의 호응을 얻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현장의 한 기자는 '똑같은 톤을 유지하면서 흐트러지지 말고 리포팅하라'고 조언하더라구요.

이런 조언을 바탕으로 저는 기존 기자와는 다른 서우진 나름대로 기자의 매력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좌충우돌하지만 인간적인 모습 말입니다."

그는 최근 출연작에서 예쁜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았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극 초반에는 외모에 신경 쓸 수 없는 캐릭터다.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실제보다 더 예쁘게 제 외모가 그려졌어요.

이제는 제 나이에 맞는 내면적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가끔 예쁜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아픔이 있고 내면 연기를 요구하는 캐릭터에 끌려요."

그는 최근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와 이 드라마 촬영을 병행했다.

영화에서는 사랑에 솔직한 캐릭터로 두 명의 남자와 결혼하는 인아 역을 맡았다.

"두 작품의 캐릭터가 정반대의 성격입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영화로서의 매력을 느꼈고, 드라마에서는 또 새로운 캐릭터를 느낄 수 있었지요.

팬 여러분께서는 드라마의 서우진이 드러내는 남성적인 독립성과 영화 캐릭터가 선보이는 집시 같은 자유로운 성격을 동시에 접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