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접대부가 나오는 호스트바부터 룸살롱,안마시술소까지….서울 강남의 환락가가 어떤 곳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 '비스티 보이즈'가 오는 30일 개봉된다.

'추격자' 이후 충무로에서 가장 많은 출연 섭외를 받고 있는 하정우와 가수 출신 연기자 윤계상이 나온다.

이들의 직업은 호스트.청담동 호스트바의 마담격인 재현(하정우)은 진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마이킹'(선불)까지 받아 자신의 빚을 갚아준 동거녀를 배반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둘러댄다.

집안 사업이 망하면서 호스트가 된 승우(윤계상)는 훤칠한 외모 덕분에 업소의 에이스가 되고 손님으로 찾아온 호스티스 지원(윤진서)과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순탄할리 없다.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뻔히 알고 있지만 승우는 지원의 남자 관계를 못마땅해 한다.

승우가 지원의 집 화장실을 쓰고 난 뒤 '왜 이렇게 칫솔이 많냐'고 묻는 장면은 질투에서 벗어나기 힘든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결국 승우의 손찌검으로 둘의 관계가 끝난 뒤에도 이 같은 의심과 집착은 계속되면서 파국을 불러온다.

전작 '용서받지 못한 자'의 사실적인 연출로 주목받았던 윤종빈 감독은 이번에도 강남 밤문화를 다큐멘터리로 옮긴 것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등장 인물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다.

가령 '2차'를 나가지 않는 '텐프로'에서 일한다고 승우에게 거짓말을 했던 지원이 다시 취업한 곳은 안마시술소다.

승우는 지원을 만나기 위해 그 안마시술소의 손님이 된다.

끝날 때까지 큰 갈등 구조가 없는 데도 '몰래 카메라'를 보는 듯한 묘한 흥분과 긴장감을 주는 이유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재현이다.

'추격자'에서 사이코 살인자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던 하정우는 이번에도 한창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다.

'어려운 세상,파이팅하자!' 등 그의 대사나 거짓말 한마디 한마디는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비굴하고 뻔뻔한 가식 덩어리인 재현이라는 인물이 밉지 않다.

청소년 관람불가.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