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출신인 박둘선 씨가 디에스마리(DS.Marie, www.dsmarie.com)라는 주얼리 브랜드를 런칭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타이틀에 비해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업에 관해 너무 소리 없이 지냈던 것 아닌가 싶어 놀라웠다. 여느 연예인이 인터넷 쇼핑몰이라도 하나 열게 되면 정식 오픈을 하기도 전에 언론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것이 요즘 추세다. 하다못해 이름만 걸어 놓거나 홍보만 담당하기로 해도 그렇다. 슈퍼모델이 주얼리 브랜드를, 그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가며 운영하고 있는데 비해 박둘선과 디에스마리는 지나치게 조용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초창기에 대형 홈쇼핑과 연계해 디에스마리 브랜드를 내보낸 적이 있어요. 사업 초반에 모든 일이 굉장히 쉽게 풀려서 준비 없이 사업에 덜컥 뛰어들게 된 셈입니다. 그러다가 쓴맛을 봤지요.”


백화점에 ‘숍인숍’형태로 입점

처음에는 가까운 지인이 패션 쇼핑몰의 두 페이지 정도를 ‘박둘선의 주얼리 제안’이라는 주제로 채워달라고 해서 시작한 일이다. 몇 개의 주얼리를 구상하다 보니 마음이 뿌듯해지고 무척이나 즐거웠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홈쇼핑의 담당자를 소개해 줬고 일사천리로 연결이 돼 사업이 척척 진행됐다.

“막상 뛰어들고 보니까 내 아이디어와 홈쇼핑이나 제작 업체의 기획이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어요. 최고의 업체들과 일을 했는데도 내 것도 아니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것도 아닌 제품이 나올 수밖에 없었죠. 만일 내가 준비가 좀 더 돼 있고 그 기간이 좀 더 길었더라면 지금의 수준까지 오는 데 돈도 시간도 덜 들었을 텐데요.”

1년 반가량을 주얼리 사업에 말 그대로 미쳐서 보냈다. 어디에서나 당당한 모습으로 모델의 기운을 마구 뿜어내던 그녀가 펜치를 들고 앉아 요리조리 주얼리를 두드리고 구부리게 된 것이다. 시장이며, 거래처며, 입점 업체를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디에스마리를 만들어갔다.

“사업은 1부터 10까지가 완벽하게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 1부터 10을 저 혼자 다 채우려고 하니 심신이 피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품질, 회계, 마케팅, 생산 등을 제가 다 직접 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제작 쪽을 맡아 줄 동반자를 찾아 사업을 재정비했고 앞으로 성장하는 속도에 맞춰 나머지 부분들도 키우며 10을 다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디에스마리는 현재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일부 지점 등에 입점해 있다. 단독 매장이 아닌 패션 편집매장에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다. 입점 의뢰가 들어오면 그녀가 해당 매장을 둘러보고 그 매장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제품들 위주로 납품을 한다.

“짧은 시간에 매출만 올리고 빠지는 사업 방식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제 색깔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 지난 경험들로 인해 비전을 확고하게 세우고 자신감을 얻은 상태라서 적어도 3년 정도면 눈에 보이는 성공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디에스마리라는 이름은 박둘선의 머리글자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조합이다. 과도하지 않은 여성미와 사치스러움을 표현하겠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주얼리는 패션의 주가 아닌 보조적인 소품이지만, 주얼리가 제 역할을 해내야 패션이 완성된다는 생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잡았다.

“20대부터 40대까지 누가 해도 어색하지 않은 세련된 디자인들입니다. 무난한 주얼리만 했던 사람에게도 지나치지 않고, 화려한 것만 착용했던 사람에게도 부족하지 않아요. 앙증맞고 귀엽기보다 박둘선과 비슷하게 열심히 일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성들을 위한 브랜드입니다.”

주로 취급하는 제품은 18K 도금을 위주로 한 금과 은을 넣은 주얼리들이다.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데다 얇게 코팅을 입혀 알레르기도 방지했고 쉽게 망가지지 않는 품질까지 고려했다. 품질이나 디자인에 비해 가격도 부담이 없다. 마음에 드는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이 나올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그녀의 성격이 제품을 보증한다.
“홈쇼핑과 일할 때 생산 업체의 말만 믿고 진주를 판매했다가 나중에 진주를 겉에 입히기만 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전량 보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일이 제대로 되게 하려면 몇 번씩 모든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걸 배웠죠. 디자인을 고를 때는 여러 생산 업체들이 보내 온 제품들을 죄다 풀어서 다시 조립해 제시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신제품은 제가 며칠 동안 착용해 보면서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는지 알아 봅니다.”

그녀에게 여성들이 혹은 남성들이 여자 친구나 아내에게 잘 어울리는 주얼리를 고르는 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 어울리는 것은 별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주얼리를 선택할 때 봐야 할 요소는 눈 코 입 등의 생김새보다 목의 길이와 피부색이다. 예를 들어 목이 짧은데 치렁거리는 주얼리를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도저히 여성에게 어떤 것을 선물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남성들에게는 진주 귀고리를 추천했다. 자연에서 나온 색이라 어떤 피부색에도 어울리고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템이라는 설명이다.


‘사업하며 겸손과 감사 배워’

“제 실제 성격은 타고난 남자예요. 시원시원하고 몸에 뭘 걸치는 것도 싫어하죠. 직업이 모델이라서 잘 갖춰 입어야 했기 때문에 노력을 많이 한 것이지요. 제게 화려한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지만 제가 원하는 쪽은 아니에요. 제게 어울리는 것과 제가 원하는 스타일이 맞아떨어지는 패션을 선호합니다.”

그녀는 사업을 통해 얻은 게 많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모델대회 대상을 받았고 파리에 날아가 큰 무대에 서기도 하며 몇 년 동안 정상의 자리에 머물렀던 그녀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항상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타인과 교감을 했지만, 어느 순간 겸손과 감사를 잊어버리게 됐다고 한다. 모델에서 정상이었으니 방송이나 사업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강박도 생겼었다. 방송 전날에는 기대감이 아니라 완벽을 기하지 못할까봐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저도 사람이니까 앞으로도 실수를 하겠지요. 하지만 이전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거예요. 주변에 대한 자잘한 생각들을 멈추면 그때부터 추락이라는 교훈을 얻었으니까요. 행복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 제 주얼리를 하시는 분들도 행복할 테고, 저를 보는 시청자들도 행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제는 제 뜻대로가 아닌 남에게 좋은 일을 하며 주어진 사명대로 살고 싶습니다.”


슈퍼모델 박둘선

약력: 1976년 출생. 경남대 불문학과 졸업.
1997년 패션쇼 SFAA 데뷔.
1998년 SBS 슈퍼엘리트모델 선발대회 대상.
출연: 파리 프레타포르테, 오트 쿠튀르,
크리스찬 디오르 등 다수 패션쇼 무대.
‘바자’, ‘보그’, ‘엘르’ 등 다수 패션 잡지 화보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