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어 '황금신부'로 브라운관도 강타

연극무대에서 '헤드윅'을 공연했다면 연기자로서의 재능은 검증된 것이다.

2006년 조승우, 오만석, 이석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헤드윅 연기 대결을 펼쳤던 그는 지난해 2월에는 노련한 배우 김지숙과 '졸업'에서 호흡을 맞추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대선배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방황하는 벤저민의 모습을 안정감 있고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까다로운 선배 김지숙은 당시 젊은 후배에 대해 "짧은 시간에 적응을 잘하고 성실하게 연습에 임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내가 낯가림도 심하고 까다로운 스타일이라 처음엔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무척 편하고 재미있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며 아주 관대한 칭찬을 했다.

뮤지컬, 연극계에서는 이미 주목받는 스타지만 방송에서는 2년여 빛을 보지 못했던 배우 송창의(29)가 드디어 브라운관도 강타했다.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종영을 앞둔 SBS TV 주말드라마 '황금신부'를 통해서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극심한 실연의 상처로 공황장애에 시달리다 라이따이한 아내의 정성으로 옛 모습을 되찾는 남자 주인공 준우를 연기했다.

"사실은 준우 역을 못 맡을 뻔했어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게 발탁됐습니다.

작가님을 계속 찾아뵈며 '할 수 있다' '잘해내겠다'는 자신감을 계속 비쳤습니다.

정말 욕심이 났거든요."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황금신부'는 마지막 방송에 앞서 22일 화려한 종방연을 펼쳤다.

전날 행복했던 파티의 흔적을 채 지우지 못하고 23일 인터뷰에 나선 송창의는 "힘들게 드라마에 들어갔는데 종방연을 떠들썩하게 하고 나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캐스팅은 전격적이었다.

'웨딩' '101번째 프로포즈' 등 몇 편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긴 했지만 비중도 작았고 작품도 모두 실패한 탓에 방송가에서 송창의라는 이름은 미미했다.

그러나 신선한 마스크를 찾았던 '황금신부' 제작진은 송창의의 가능성과 열의를 보고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는 대성공.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마스크이면서도 신선하고, 풋풋한 듯하면서도 다듬어진 연기를 선보인 그는 준우라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2002년 뮤지컬 '블루 사이공'으로 데뷔한 후 5년 만에 TV 공략에 성공한 것.
"준우는 상처받은 인물이라 힘든 역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TV드라마의 일반적인 남자 주인공과는 다르잖아요.

또 마침 제가 연극 '졸업'에서 방황하는 젊음을 연기하고 난 뒤였기 때문에 자신이 있어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제작진은 당연히 우려를 많이 하셨지만 제가 계속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대인기피증에 안으로만 파고들어 곁을 내주지 않는 준우였지만 마음씨 따뜻한 신부를 맞이하면서 서서히 변화해나갔다.

이는 연기자로서도 즐거운 변화였다.

"준우 역의 가장 큰 포인트는 극중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그것을 어떻게 소화해내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무리 없이 해낸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를 앓는 부분이 15부까지 진행됐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매번 땀도 많이 흘리고 눈물도 많이 흘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 초반의 준우는 절 많이 괴롭혔어요.

그러다보니 준우가 극중에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게 연기자인 제게도 커다란 즐거움이었지요."

'송산야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쇼 뮤지컬 펑키펑키' 등의 뮤지컬에서는 잇따라 주연으로 발탁됐지만 영화와 TV 도전사는 탈락의 연속이었다.

"군 제대 후 2001년 학교(서울예대)에 복학했는데 현실적으로 먹고 살 고민이 들더군요.

공연은 계속 했지만 그때부터 영화와 TV 오디션도 열심히 보러다녔어요.

그런데 다 떨어졌어요(웃음). 지금 와 생각해보면 경험과 감각 부족이었습니다.

또 무대 연기와 카메라 앞 연기도 다르구요.

하지만 몇 년간 계속 떨어지면서 공연에 집중했던 것이 오히려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중학교 때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보고 감동을 받아 연기의 꿈을 키웠다는 송창의는 "창작 뮤지컬이 활성화되는 시기에 대학에 들어간 덕분에 운 좋게도 그동안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난 뮤지컬에서도 신인이다.

하고 싶은 작품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면서 "뮤지컬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보여드릴 게 훨씬 많다"며 쑥스러운 듯 미소지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