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곡 가득 실은 6집으로 싱어송라이터 도전

미국 LA에서 태어난 리나 박(31)이 현지에서 캐스팅돼 한국에 넘어온 건 1996년. 국내 연예계가 영어에 능통한 재미교포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초창기였다.

당시 UCLA 연극영화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가수의 꿈을 이루고자 휴학하고 한국 땅을 밟았다.

20년간 한국에 와본 건 단 두 번. 고국의 음악과 문화, 언어를 배울 좋은 기회라 여겼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찾은 이름 박정현. 98년 1집 이후 3집까지 내며 'R&B 요정'이란 타이틀까지 얻었다.

4집부터 기획사 t엔터테인먼트와 새로이 음반 계약을 맺었다.

이때 조건을 내걸었다.

1년간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겠다는 것. 뉴욕 컬럼비아대 창작작문과(영문과)로 편입했다.

한 학기 다니던 중 2002년 월드컵 공식 음반과 4집 작업을 위해 또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눌러앉았다.

학업이 계속 중단돼 아쉬웠다.

이번 6집 작업을 할 때도 학교 상담사와 전화로 매일 통화를 하며 고민했다.

그러나 박정현은 다시 음반을 내는 쪽을 택했다.

6집 '컴 투 웨어 아이 엠(Come To Where I Am)'은 2년10개월 만의 신작. 그간 음반에 두세 곡 정도 자작곡을 넣었던 그는 이번엔 홀로 네 곡, 프로듀서 황성제와 공동 작곡 6곡 등 무려 10곡을 손수 채웠다.

장르 변화란 시도보다 싱어송라이터 박정현이란 도전을 했다.

"2005~2006년 공백기에 주로 일본 활동을 했어요.

싱글 다섯 장에 정규 음반을 한 장 냈죠. 이때 황성제 씨와 주로 작업했는데 자연스레 6집까지 이어졌죠. 전 미국 팝 문화권에서 자라 가요를 쓰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이번엔 듣기 편한 음악을 담고 싶었어요."

타이틀곡 '눈물빛 글씨'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강약을 조절하며 꺾이는 보컬이 귀를 집중시키는 발라드곡. 데이비드 포스터의 음악이 떠오르는 '믿어요'는 음반엔 처음 수록됐지만 과거 공연에서 영어로 노랫말을 붙여 부른 적이 있다.

보사노바풍의 재즈곡으로 속삭이는 듯한 창법의 '달아요', 손수 영어 가사를 붙였고 70년대 프로그레시브록을 떠올리게 하는 '스마일(Smile)' 등을 통해 박정현의 풍성한 보컬 스펙트럼을 체험할 수 있다.

"제 음색이 어떻다 스스로 분석해 본 적은 없어요.

목소리가 맑고 얇다 정도? 한때 다른 가수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멋있어서 아쉬운 적도 있어요.

왜 남이 가진 건 늘 부럽잖아요.

그래도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듣고 각기 다른 영감을 떠올리는 걸 보면 말랑말랑하게 해석되는 음색인 듯해 만족해요."

가수 생활도 어느덧 10년차. 나이도 30대 초반, 결혼 적령기도 됐다.

한동안 어머니는 1남2녀 중 장녀인 그에게 "이제 한국에서 그만 놀고 미국 들어와서 취직하라"며 가수란 직업을 탐탁지 않아 했다.

침례교회 목사인 아버지는 '보수 대마왕'이었다.

"아버지는 남자친구 전화가 오면 끊어버리고 데이트도 못하게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게 '너 결혼은 안하니?'라고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아빠 저 그 사이엔 데이트할 수 있는 거였어요?'라고 되물었죠. 제 여동생이 84년생인데 내년 2월에 결혼하거든요.

어머니가 제 사주팔자를 보시더니 결혼 늦게 한다며 지금은 안심하는 분위기예요.

하긴 한다는 소리니까…"

요즘은 데미안 라이스 같은 잔잔한 포크 음악을 듣지만 한동안 청소년기 애청했던 LA 인디록(LA 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더그라운드 밴드 음악)에 빠져 있었다.

젊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란다.

'데스 캡 포 큐티(Death Cab For Cutie)' '포스털 서비스(Postal Service)' 등의 음악은 펑크한 비트에 고개를 절로 흔들게 돼 신난다.

왜 미국 팝음악계 진출은 꿈꾸지 않느냐고 물었다.

생각도 해봤고 주위에서 권하거나 밀어주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성시경은 심지어 박진영에게 "정현이 누나 영어곡을 들어봤느냐"고 물어볼 정도다.

김조한도 응원하고 있다.

"미국 팝시장에 언젠간 진출하고 싶어요.

하지만 급하게 생각진 않아요.

사실 한국에서 노래하다 미국 데뷔해야지란 생각도 했죠. 지금은 제 노래에 우리말 가사가 생기는 게 신기하고 기뻐요."

그는 먼 미래를 상상했을 때 언젠간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장녀인 데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님 곁에서 살아야겠다는 뜻에서다.

"전 미국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이 더 편해요.

한국에 있으면 연예인이지만 미국에선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니까요.

호호."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