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 파더'에서 입양아 연기로 주목

6일 개봉한 '마이 파더'(감독 황동혁ㆍ제작 시네라인㈜인네트)는 친부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입양아 출신 주한미군 애런 베이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스크린 속의 주인공 제임스 파커는 자라온 환경과 전혀 다른 뿌리와 핏줄을 찾아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힘들게 찾아낸 친아버지가 사형수란 사실을 알게 된다.

파커는 그를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감옥을 찾아 갓 배운 한국어로 떠듬떠듬 대화한다.

이 역할에 한국 입양아 출신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배우 다니엘 헤니가 아닌 적격자를 떠올리기 어렵다.

게다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다정다감한 의사 역할로 스타덤에 올랐고 '미스터 로빈 꼬시기'에서 엄정화의 멋진 상사로 스크린에 데뷔한 헤니에게도 연기 영역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입양아 문제뿐 아니라 부자지간의 사랑과 시간에 대한 메시지도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지금 현재가 바로 최고의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겠죠."
헤니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여러 차례 표시한 바 있다.

그의 어머니는 2005년 입양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자신이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거쳐간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하지 못했을 겁니다.

영화를 찍기 전 미국에서 어머니와 함께 '마이 파더' 대본을 함께 읽었는데 엄마가 '이 부분에서 입양아라면 이런 기분을 느꼈을 것'이라며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전에는 한번도 듣지 못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예고편을 보고 많이 우셨다고 해요.

몇 주 뒤에 한국을 방문하실 예정인데 영화를 보여드려야죠."

영화를 보다 보면 "저게 '내 이름은 김삼순'의 그 헤니가 맞아?" 싶을 정도로 눈을 비비고 볼 만한 장면이 여러 곳에 있다.

특히 헤니는 극중에서 찬찬히 쌓아 온 감정들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장면에서 특히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대사가 아름답고 의미가 있어서 캐릭터를 받아들이기가 더 수월했습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그 장면은 감옥에서 아버지와 함께 찍는 촬영을 마친 뒤 찍었기 때문에 감정의 흐름을 잘 알고 찍을 수 있었어요.

그 순간에는 정말로 내가 다니엘 헤니가 아니라 제임스 파커라고 느꼈습니다."

영화 속 제임스 파커는 사형수인 친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오히려 관객이 의아할 정도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그런 역할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는지 묻자 헤니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그 이유로 아주 한국적이게도 '혈연'을 꼽았다.

"혈연이란 어떤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평생을 같이 지내지 않더라도 핏줄이란 게 작용을 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실제로 애런 베이츠란 실존 인물이 그랬기 때문에 역할을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애런은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의 이야기를 다룬 'KBS 일요스페셜' 다큐멘터리를 공부하듯이 10~15번 정도 봤습니다.

'이 사람이 내 아버지'라고 이미 결심을 했으니 의심할 여지 없이 사랑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존인물을 스크린에 옮길 경우 빠지기 쉬운 함정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다 애런처럼 표현하지는 않았어요.

'마이 파더'는 애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우리 식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이야기 전체가 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면 부담이 됐겠지만 그렇지 않았거든요.

이건 애런 베이츠가 아니라 제임스 파커라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6월 미국 신문 LA타임스에서는 서울발 기사로 '헤니 열풍'을 기사화하고 그가 한국의 팬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매력에 대해 '문화적 하이브리드 역할로 틈새를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이후 할리우드에서 들어오는 제의가 많아졌고 현지 관계자들과 미팅도 했지만 헤니는 아직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주로 보여 온 아시아인의 이미지를 재탕하는 역할은 맡지 않겠다는 결심에서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무술하는 동양인'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역할은 맡고 싶지 않습니다.

'클로저'나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처럼 일상적이고 리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어요.

할리우드든 일본이든 모두 하나의 마켓일 뿐이죠. 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작품이 있는 곳에서 연기를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제 집이니 할리우드에서 연기를 한다고 해도 한국에서의 연기생활은 꾸준히 할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