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불륜 유부녀 연기

다소 긴 제목의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이하 '지금 사랑', 감독 정윤수, 제작 씨네2000)는 두 부부의 교차 사랑이라는 소재로 인해 태생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에 한채영과 박용우의 농도 짙은 베드신이 한몫 더했을 것이다.

남편 선배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끼고, 두 번째 만나 격정적인 사랑을 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베드신은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사랑의 폭발력을 보여준다.

새댁 한채영(27)이 성인들을 위한 로맨스 영화로 4년 만에 스크린을 수놓는다.

'와일드 카드'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는 아직 소녀적 감성을 간직한 채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내세우기에는 다소 모자랐지만 '지금 사랑'에서 그는 엄정화, 박용우, 이동건과 더불어 결코 기울지 않은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집안의 경제력, 미모, 재능과 함께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남편과 살고 있으나 행복하지 않은 한소여가 그가 맡은 배역이다.

한소여는 결혼 후에야 찾아온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여자.

"언론 시사회 때 처음 보면 너무 떨릴까봐 기술 시사에서 먼저 봤어요.

물론 제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그에게 우선 베드신에 대해 물었다.

그 장면을 찍을 당시 결혼 발표가 이뤄졌고, 영화 촬영 후 결혼식을 올렸던 그다.

아무래도 신경쓰이지 않았을까.

더욱이 한채영의 몸매는 연예계에서도 소문난 터라 '한채영이 얼마나 벗었을까'라는 세속적인 호기심이 촬영 내내 뒤따라다녔으니.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 건가요? 하하. 감독님도, 영화사도 제가 그런 연기(베드신을 지칭)한다고 하면 관객이 얼마나 벗었느냐, 그런 쪽으로만 생각할지 모른다고 걱정하긴 했어요.

당시 기사들도 그쪽으로만 초점을 맞췄구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사랑 영화지 야한 영화, 에로틱 영화가 아니라고 봐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사랑을 한번도 못해본 소여가 사랑을 처음 접한 상황이었을 텐데,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푹 빠졌을까요?"

예상했을 질문에 대한 솔직하고 거침없는 답변이었다.

영화 속 한소여는 곱게 자라 누구에게도 큰소리치지 못하는 차분한 성격인 데다 대사도 별로 없다.

그러나 실제 한채영은 잘 웃고 긍정적인 성격이다.

"전 오히려 제 평소 모습과 지금까지 드라마 등을 통해 보여준 캐릭터와 한소여가 너무 달라 어려웠어요.

전 명랑하고 발랄한 캐릭터가 맞고, 실제 성격도 그렇거든요.

두 번째로 네 배우가 바에서 모이는 장면은 3일 동안 찍었는데 대사가 '네', 딱 한마디였어요.

얼마나 답답하던지. 하하. 그래서 이런 모습들이 저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죠."
노출 여부보다 그를 더 괴롭혔던 건 전혀 다른 성격을 연기하는 것이었나 보다.

"영화를 보니 뿌듯해요.

흥행은 바람일 뿐이고, 모든 작품을 고생해서 찍지만 특히 이 작품은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런지 고생한 만큼 관객이 많이 알아주셨으면 하네요."

한소여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물었더니 그는 '홍콩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을 꼽았다.

막바지에 촬영한 이 장면은 박용우와 한소여가 처음 사랑에 빠진 모습을 담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관객이 연애하고 싶은 판타지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한 영화 전체적으로 가장 좋았다고 생각하는 장면은 바로 대사가 '네' 한마디였던 바 장면이다.

"시나리오 볼 때는 솔직히 유치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소여가 민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잖아요.

그게 참 애틋해 보이고, 사랑에 빠져 앞뒤 가리지 않는 여자를 표현한 것 같아 좋았어요.

이런 장면이 이렇게 표현되는구나, 생각했죠."

반면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영화 마지막 부분인 물에 빠지는 장면이었다.

수영을 전혀 못하는데 5m 깊이의 수조에 들어가 바닥부터 올라오는 걸 몇 차례했던 건 말 그대로 공포였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무엇보다 좋았던 건 선배 엄정화와 박용우, 동갑내기 이동건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정화 선배는 정말 잘해주셨어요.

어려운 일 있으면 늘 물어보라고 하셨죠. 용우 선배요? 너무 진지하세요(웃음). 지금까지 출연했던 작품보고 재미있는 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항상 고민하는 분이더군요.

동건 씨는 까칠하고 도도해 보이는데 나중에 친해지니까 엉뚱한 농담이나 장난을 잘 쳐요.

전 낯을 잘 가리지 않는 편이라 두 번째 만나면 말을 놓는데 동건씨는 같이 말을 놓자해놓고도 다음에 만나면 '저기요'라고 존댓말을 하더라구요.

하하. 부부지만 같이 찍는 장면이 별로 없어서 그랬나봐요."

신혼생활은 어떨까.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있는 거죠. 그래도 마음이 안정된 것 같고,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절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든든한 제 편이 생겼다는 느낌이에요."

한채영은 '지금 사랑'을 통해 얻은 게 많아 보였다.

관객 역시 그렇게 느낄 것. 소녀에서 여인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되는 작품으로 기억된다면 아주 커다란 성과다.

"모든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생각이 드는 역이라면 꼭 하고 싶어요.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게, 예전보다 덜 두려워진 게 '지금 사랑'이 가장 크게 제게 준 것 같습니다."

한채영의 여성미가 돋보이는 '지금 사랑'은 15일 개봉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