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 부족 논란에 휩싸인 미로밴드의 리더 미로(본명 서동천)가 8일 홈페이지에 '사죄의 말씀'이란 장문의 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글에서 미로는"SBS '음악공간'에 나오기 위해 피 땀을 흘리는 분들도 있는데 우리는 아버지 덕분에 쉽게 나가서 철없는 무대를 보인 것 같다","정말 창피하고 부끄럽다", "큰 물의를 일으킨 것 같다"고 사과했다.

그는 "잘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 밴드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다"며 "바지 벗거나 침을 뱉는 거친 행위가 아니었기에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며 "비난과 비평은 언제든지 달게 받겠다"며 글을 마쳤다.

미로밴드는 7일 방송된 SBS '음악공간'에 출연해 록밴드 '너바나'의 히트곡인 '스멜스 라이크 틴 스피릿(Smells Like Teen Spirit)'을 불렀으나 불안정한 고음처리 등으로 인해 시청자들로부터 라이브 실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들의 가창력 논란은 네티즌들에게 '게리롱푸리롱' 사건을 떠올리게 해 인기검색어의 상위권을 자리잡고 있다.

<미로밴드의 리더가 홈페이지에 올린 '사죄의 말씀' 전문>

안녕하세요 미로밴드의 미로입니다. 얼마 전에 처음으로 공중파 방송 이적의 음악 공간을 촬영하고 왔었는데 그게 어제 방송이 되었더군요.

Mama 1곡만 방송에 나간다고 했고 촬영 당시에는 관객 분들이 바보 같은 모습을 비교적 재미있게 봐 주시고 웃어 넘겨주시는 분위기라서 걱정을 전혀 안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12시에 잠들어서 못 봤는데 밴드 애들이 난리 났다고 아침에 전화가 와서 일어나보니 제가 큰 물의(?)를 일으킨 것 같네요.

지금 정말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그저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한 청년들의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랬는데 그게 아니고 완전히 방송을 장난으로 알고 깽판 부린 양아치들로 비춰지고 있네요.

먼저 사건의 경위를 처음부터 알려드리자면 작가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방송은 타이틀 곡 Mama만 나갈 거라고 하시고 다른 한 곡은 관객 분들이 듣고 호응 할 수 있는 외국 팝송으로 해달라고 주문을 하셨습니다.

저희 밴드가 사실은 하드코어에 가까운 스크리모, 이모코어 밴드라서 작가님께서 주문하신 곡들은 솔직히 하기가 싫었습니다.

아빠가 아니면 불러주지도 않았을 곳인데 저희가 너무 철이 없었습니다.

작가님 말씀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깊이 생각을 못했네요. 저는 오로지 단 한번뿐인 기회인데 저희들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할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습니다.

처음 인터뷰하고 서세원 생쇼에 나갔을 때 방송이라고 긴장해서 평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너무너무 아쉬웠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리더인 제가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바보 같고 순수한 평소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을 선택하자고 제시했죠. 그래서 제가 가장 존경하는 Nirvana의 곡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도 유명한 곡이니 순수 OK를 해주셨고요.

제가 부를 수 없는 음역대의 노래였지만 그 때 심정으로는 사람들이 제가 워낙 못하니까 재미있게 보시고 노래 못해도 저렇게 자신 있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구나 하고 귀엽게 봐주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저의 큰 실수였네요. 많은 분들께서 그 방송을 나오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고 피눈물을 흘리는데 저희는 아빠 덕분에 쉽게 나와서 장난처럼 하고 들어갔으니 욕먹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짧았네요.

저는 단 한번 도 제가 가수나 연예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면 항상 말했다시피 노래도 못하고 잘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쓴 곡들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자유롭게 음악과 함께 사는 게 꿈인 소박한 청년입니다.

저를 불러주지도 않겠지만 버라이어티 쇼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는 나갈 생각도 없고요.

그래서 잘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저희 밴드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잘못 비춰진 것 같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고 바지 벗는 다던지 침을 뱉는 거친 행위가 아니었기에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네요.

작가님과 방송PD님 그리고 방송을 보고 어이를 상실하셨던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가 잘못한 일이기 때문에 비판과 비평은 언제든지 달게 받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