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동반 개봉에 조기 종영 줄이어

올해 최고 흥행 기대작 중 하나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3'로 인해 극장가에 연쇄 파란이 일고 있다.

'스파이더맨3'는 일반적인 개봉 요일인 목요일이 아닌, 5월1일 화요일 개봉한다(사실 목요일 개봉도 주 5일제 영향에 따라 금요일에서 앞당겨진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하는 '스파이더맨3'는 이날이 근로자의 날로 쉬는 직장이 많아 전략적 선택을 한 것. 화요일 개봉은 이전까지 단 한번도 없었던 일이다.

이로 인해 '스파이더맨3'와 같은 날 개봉 예정이었던 한국영화 두 편도 5월1일로 개봉일을 앞당겼다.

차승원 주연의 '아들'과 이대근 주연의 '이대근, 이댁은'도 5월3일에서 1일로 급히 개봉일을 수정한 것.
'아들'의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는 "시사회 후 관객 반응이 좋아 '스파이더맨3'와 정면 대결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아들'과 달리 '이대근, 이댁은'은 다소 방어적 입장. 제작사 측은 "물량공세를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3일 개봉하면 영화가 묻힐 수도 있어 개봉일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스파이더맨3'는 올해 개봉 영화 중 가장 많은 5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문제는 '스파이더맨3'로 인해 중급 규모의 외화가 서둘러 개봉하거나 이미 개봉 중인 한국영화들이 예정보다 빨리 막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

12일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인 '천년학'은 개봉 첫 주가 지나자마자 당장 이번 주부터 스크린 수가 확 줄어들 예정이다.

CGV만 해도 개봉일 37개 스크린을 열었으나 이번 주에는 20개가 채 되지 않을 전망.

제작사 KINO2의 김종원 대표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개봉 2주 정도가 지나야 관객의 반응이 서서히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2주차가 되기 전에 스크린 수가 확 줄어들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며 "몇 개관에서 장기상영하는 방안 등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당초 목표로 세웠던 100개 스크린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개봉 첫 주인 지난 주말 전국 관객 66만 명을 불러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극락도 살인사건'은 그나마 전 주와 비슷한 330개 스크린을 유지한다.

19일 개봉하는 '눈부신 날에' '동갑내기 과외하기Ⅱ' '파란 자전거' 등과 26일 개봉하는 '날아라 허동구'는 '스파이더맨3' 개봉으로 인해 개봉일이 앞당겨진 중소 규모의 외화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가족 관객을 잡기 위해 5월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로빈슨 가족' '닌자거북이 TMNT'가 19일과 26일 각각 개봉하며, 로버트 드니로의 두 번째 연출작 '굿 셰퍼드', 마크 월버그 주연의 '더블 타겟', 대니 보일 감독의 '선샤인' 등이 이달 개봉한다.

5월 개봉 예정이었던 임창정ㆍ박진희 주연의 '만남의 광장'은 여름 이후로 개봉을 기약 없이 연기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앞으로 개봉할 블록버스터를 보유하고 있는 직배사들이 이를 무기(?)로 스크린 확보를 꾀하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5월 블록버스터 개봉을 앞두고 이를 피하기 위해 한국영화와 나머지 외화들이 개봉 전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당장 '스파이더맨3'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한국영화 중 그나마 물량공세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는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 6월6일 개봉하는 '황진이'는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대작으로 초반 기선 제압이 필수적이다.

충무로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어쩌다가 이 정도까지 됐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한 영화인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력이 세긴 세지만 눈에 띄는 흥행작을 만들어내지 못한 데다 지레 겁을 먹고 전통적인 비수기인 4월에 개봉했는데 중간고사 기간과 겹치면서 더욱 관객 가뭄 현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