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수출하면서 현지 인력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한류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이 태국과 베트남 등에 진출해 만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현지에서 잇따라 좋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지금까지의 '완제품' 수출과 다른 현지화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CJ미디어의 베트남 사무소가 제작해 지난해 말부터 호찌민TV9(HTV9)의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 '무이응오가이'(고수의 향기)는 시청률 30%를 넘어서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은 대본과 촬영 기술 등 국내 제작 노하우와 연기자·스태프 등 현지 인력이 결합해 만든 60분물 100부작 드라마.농촌 출신 여주인공이 도시에서 갖은 고생을 하다 쌀국수 사업으로 성공한다는 얘기를 담고 있다.

CJ미디어는 "한국 드라마 시청률이 평균 40%,중국ㆍ대만 드라마가 20~30%,베트남 현지 드라마는 10% 수준에 머무르는 현실에서 베트남 배우들이 출연한 '무이응오가이'가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놀라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호찌민TV9는 호찌민을 비롯한 베트남 남부 지역을 담당하는 방송사로 '올인'(SBS),'풀하우스'(KBS),'내 이름은 김삼순'(MBC) 등의 한류 드라마를 방송하기도 했다.

태국에 진출한 국내 제작사 DHB미디어도 같은 방식으로 예능 프로그램 '무야 무야'(뭐야 뭐야)를 제작해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반전 드라마와 특별쇼 등을 버무린 이 작품은 지난해 4월부터 국영방송인 BBTV의 태국 국경일 특집으로 여덟 차례 방송됐다.

김도형 DHB 대표는 "태국에서는 공휴일에 시청률이 3%만 나오면 잘 나오는 것인데 '무야 무야'는 시청률 6%대를 유지했고 점유율도 50%였다"며 "주부퀴즈 프로그램 '미즈타임' 등 2개를 더 제작해 방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SBS프로덕션의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GMC(Global Matra Consulting)도 지난해 11월 말부터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진실게임'의 현지판 프로그램 'Korak Korek'(파헤쳐 알아낸다)을 지상파 채널 TPI로 방송해왔다.

한국에서 파견한 PD의 제작 지휘 아래 현지 프로덕션 스태프와 출연자가 투입돼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SBS프로덕션 관계자는 "현지 드라마 시간대인 오후 6시에 프로그램을 편성해 시청률은 보통 수준이었지만 독특하고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일일 생방송 퀴즈 프로그램 '퀴즈쇼 팡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