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규 PD "황진이 역 다른 어떤 배우도 소화 못했을 것"

KBS 2TV 수목드라마 '황진이'(극본 윤선주, 연출 김철규)가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출발한 '황진이'는 24부까지 방송되는 동안 배우들의 열연과 뛰어난 영상미로 수목드라마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황진이'는 최근 사극 열풍 속에서도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 등과 달리 한국의 춤과 음악을 그린 여성적인 사극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28일 오전에야 마지막 촬영을 마친 김철규 PD는 "아직 얼떨떨하고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예술가의 길을 가려 했던 주인공, 춤이나 악기 등 드라마에서 다루기 힘든 주제와 소재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썼는데 얼마나 잘됐는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황진이' 하지원의 힘

'황진이'의 일등 공신은 역시 주연을 맡은 하지원. 하지원은 3개월간의 촬영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밤샘촬영을 했다.

게다가 강추위 속에서 제대로 끼니도 챙겨 먹지 못하는 강행군을 계속하며 몇 번씩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배역에 몰입하는 프로정신을 발휘했다.

이 드라마가 타이틀롤 황진이에 의존하는 부분이 컸던 만큼 하지원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면 드라마도 성공할 수 없었다.

김 PD 역시 "하지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으며 극단적으로 말하면 '다른 어떤 배우가 이를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면서 "'황진이'가 빛났다면 상당 부분 연기는 물론 춤 솜씨와 성실함 등을 보여준 하지원의 몫이다"라고 칭찬했다.

하지원은 종영을 앞두고 드라마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6개월간 황진이로 살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많이 울기도 울었다"면서 "사실 너무도 힘들어 쓰러지기도 하고 주사를 맞으며 촬영을 했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전했다.

하지원 외에 백무 김영애, 매향 김보연, 부용 왕빛나를 비롯해 김재원, 유태준, 이시환, 장근석 등 남자 배우들까지 자기의 몫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냈다.

◇한국의 미를 살린 여성적 사극

화면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무대 뒤에서 '황진이'를 빛낸 숨은 공신들도 있다.

하지원은 위의 글에서 "손사위에서 발사위까지 예인 진이를 만들어주신 인남순 선생님, 저를 황진이로 살게 해주신 김철규 감독님과 윤선주 작가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황진이를 통해 배우 하지원과 저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가슴속 깊이 느꼈다"고 전했다.

춤 교육을 맡은 인남순 한국전통문화연구원장은 궁중무, 교방무, 민속무 등 50여 가지 춤을 드라마에 녹여냈다.

'황진이'는 임백무와 매향, 황진이와 부용의 춤 대결 등을 통해 많은 춤 사위를 선보였다.

화려한 춤사위를 더 빛나게 한 의상과 영상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황진이'에 등장한 의상은 600벌이 넘으며 주인공인 하지원을 위해서만 절반이 투입됐다.

의상을 책임진 한복전문가 김혜순 씨는 의상 치마폭에 일일이 동양화를 그리고 수를 놓았다.

하지원이 몸에 걸친 의상과 장식물은 가격으로 따지면 1억 원이 넘는다.

◇멜로로 표현한 예술가의 삶

'황진이'는 예술가 황진이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예술가의 삶'이라는 주제를 춤으로 표현했지만 이는 드라마의 속성상 스토리의 부재라는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PD는 "물론 예술가의 삶을 곧이 곧대로 드라마로 만들기는 힘들어 멜로라는 외피를 입혀서 가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멜로의 비중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전체적인 틀은 예술가의 이야기를 멜로의 형식을 빌려서 그렸다는 것. 이야기는 영상미의 뒷받침으로 더 잘 살아났다.

김 PD는 "드라마의 색감과 영상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 "대부분의 사극이 권력 다툼이나 전쟁 등 남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반면 '황진이'는 인간의 감정을 쫓아가는 드라마여서 영상도 돋보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픈세트 건립이 무산되고 춤을 표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구체적인 완성도를 더 높이지 못한 것이 가슴 아프다"라며 "하지만 그동안 드라마에서 한국의 춤과 무용을 중요한 소재로 다룬 적이 없는데 춤이나 미술적인 부분들을 민망하지 않을 만큼 표현해낸 점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