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TV 시청률 조작 의혹이 방송사의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오름에 따라 한해 3조 원에 육박하는 방송광고 시장을 움직이는 시청률 조사 자료의 객관성과 신뢰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SBS는 16일 'SBS 8뉴스'를 통해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가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발표한 시청률 가운데 600여 건을 조작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SBS는 TNS 전 직원이 제보한 내부문건을 인용, TNS가 뉴스를 비롯한 특정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타 방송사 시청률과 맞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628차례나 시청률을 고쳤다고 전했다.

TNS측에서 시청률 조작 의혹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시청률 조작이 확인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방송가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얘기들이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SBS의 보도는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 TV 시청률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국내 시청률 조사시장은 1999년 이전까지는 AC닐슨(AGB닐슨의 전신)의 독점 체제였지만 1999년 6월 TNS가 본격 출범하면서부터 AGB와 TNS 등 2개의 서로 다른 시청률 조사회사가 각자 독자적인 시청률 조사를 하는 체제로 양분됐다.

그러나 두 회사가 각기 다른 조사지역과 표본, 조사방법 등을 사용하다보니 같은 방송사의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두 곳의 시청률이 서로 다르게 나오는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혼선을 불러일으켰다.

15일 시청률만 봐도 KBS 2TV 수목드라마 '황진이'의 경우 AGB의 시청률은 22.3%였으나 TNS는 23.3%였으며 'KBS 9시뉴스'는 AGB 18.8%, TNS 16.5% 등으로 결과가 달랐다.

시청률 수치 차이에 그치지 않고 시청률 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역시 15일 방송됐던 SBS 아침연속극 '맨발의 사랑'은 AGB에서는 14.7%의 시청률로 6위였으나 TNS 조사에서는 12.8%의 시청률로 8위였다.

SBS 드라마스페셜 '연인'은 AGB 조사로는 8위(13.3%), TNS 조사로는 6위(14.3%)로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두 회사의 시청률 조사결과가 서로 다르다보니 시청률에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방송 관계자들과 광고주들 사이에서는 시청률 조사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여러차례 제기했으나 두 회사의 시청률 조사방법상의 뚜렷한 문제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아 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였다.

2000년에 시청률 조사자료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해 발족한 '시청률 조사 검증협의회'도 시청률 조사자료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렇다할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시청률 조사자료는 한해 2조9천억원에 달하는 방송광고를 집행하는 데 핵심적인 근거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정확성과 신뢰성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만약 인위적으로 시청률을 조작했다면 엄청난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정 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