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든 시인' 프랑스의 원로 사진작가 루시앙 클레르그(72)가 최근 방한했다.

한ㆍ불수교 12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인사동 김영섭 사진갤러리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 '피카소,장 콕토,달리 인물사진전'을 위해서다.

피카소의 일상과 인상을 다양하게 포착한 사진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그는 장 콕토로부터 카메라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격찬을 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설명하며 피카소와의 인연을 공개했다.

"피카소가 한번은 '먹고 살기 괜찮으냐,좀더 잘 사는 건 어떠냐,우리 둘이 같이 돈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하더니 '나를 찍어라'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피카소 사진을 찍었죠."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고 구속되는 게 싫어 기관이나 단체에 속하지 않았던 그는 피카소야말로 자신의 사진을 이해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믿었다.

피카소를 만나고 서너 해 동안은 '피카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털어놨다.

1950년대 후반부터 피카소가 죽기 2년 전인 1971년까지 10여년간 그가 찍은 흑백 피카소 인물 사진은 지금까지도 벌어들이는 수입의 절반이나 된다.

화실에서 그림 앞에 선 피카소,아기를 안은 피카소,담배를 든 피카소,투우를 보는 피카소,수영하는 피카소,생각에 잠긴 피카소 등.

"1955년 11월 피카소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피카소가 이런 말을 했죠.'지금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진가지만 이제부터는 네가 최고야.'"

2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피카소 외에도 그와 친하게 지냈던 예술가인 살바도르 달리,장 콕토 세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며 촬영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자화상을 그리는 장 콕토,퍼포먼스를 벌이며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달리의 모습 등 흑백사진 30여점을 선보인다.

'잘 팔리는' 사진작가가 된 비결을 묻자 "자유와 자신에 대한 끝없는 신념"이라고 강조한 그는 3박4일의 일정을 마치고 1일 프랑스로 돌아갔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