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인 직장인 K씨는 16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 예선 한국-대만 전을 텔레비전과 인터넷으로 동시에 시청했다.

TV와 PC를 오가느라 목이 아팠지만 네티즌들이 쏘아대는 글을 읽으며 봐야 제맛이기 때문이었다.

K씨는 19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되면 박지성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는 한밤중에 중계하더라도 모두 시청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IPTV(인터넷 TV)가 등장하면 K씨가 겪는 이런 불편이 모두 사라진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TV 화면에서 네티즌 댓글을 읽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고 한밤중에 방영된 중계 프로그램을 아침에 일어나 시청할 수도 있게 된다.

바로 이 IPTV 서비스가 이르면 올 연말께 수도권에서 시작된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16일 정통부 회의실에서 고위정책협의회를 열어 디지털방송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고 IPTV 시범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인 IPTV가 첫발을 내디디게 됐고 1990년대 '케이블TV 혁명'을 능가하는 'IPTV 혁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방통 융합에 필요한 법제 정비가 총리실 주도로 추진되고 KT 하나로텔레콤 등이 IPTV 서비스를 준비했으나 방송·통신업계 간 대립으로 제자리 걸음만 해 왔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디지털방송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디지털방송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디지털방송 활성화 정책방안 등에 관한 업무를 공동 추진키로 했다.

IPTV 시범사업을 위해 '시범사업 추진협의회'를 만들고 9,10월께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은 "양 기관과 방송사업자 통신사업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추진협의회를 구성할 것"이라며 "정통부와 방송위가 시범사업에 6억원씩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PTV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송과 사용자가 필요한 콘텐츠를 직접 찾는 통신을 결합한 방통융합 서비스다.

쉽게 말하면 공중파TV 케이블TV 인터넷의 모든 것을 TV 하나로 즐길 수 있는 것이 IPTV다.

실시간 방송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하나로텔레콤이 제공하는 TV포털 '하나TV'보다 진화한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TV 문화가 혁명적으로 바뀐다.

부서 회식 때문에 놓친 월·화 드라마 '주몽'을 수요일 밤에 시청할 수 있다.

TV를 보면서 채팅도 하고 전자상거래도 할 수 있게 된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합의했다고 문제가 다 풀린 것은 아니다.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하다.

방통 융합에서는 방송·통신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공생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법제 정비에도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이미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라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