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밤 타계한 신상옥 감독의 빈소가 마련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14일 오후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빈소를 찾은 문상객은 20여 명 수준. 이중 고인과 비슷한 연배로 막역한 사이었던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81) 씨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한국 영화계의 한쪽 벽이 무너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고인을 "영화에 미친 사람"으로 표현한 구씨는 "신 감독은 연출뿐 아니라 촬영도 직접 했는데 새로 장만한 양복을 입고도 촬영을 위해 진흙바닥에 무릎을 꿇을 만큼 영화를 위해서라면 가리는 것이 없었다"면서 "그렇게 영화에 미친 사람이었는데 이제 모두 다 끝났다"면서 아쉬워했다.

신 감독의 대표작 '춘향전'에서 이방으로 출연했던 구씨는 "신필름의 작품은 20여 편 했는데 신 감독 연출작은 그리 많지 않다"면서 "하루는 왜 코미디영화는 연출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 감독이 '내가 배우를 앞서지 못해 코미디 영화는 자신 없다'고 했다"면서 고인과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고인의 빈소를 찾은 문상객은 영화인ㆍ정치인을 포함 500여 명에 이른다.

13일에는 영화배우 엄앵란ㆍ태현실ㆍ황정순ㆍ선우용녀ㆍ안성기ㆍ이병헌ㆍ문성근ㆍ박중훈ㆍ강석현 등과 탤런트 최불암ㆍ강부자, 코미디언 송해ㆍ김용, 디자이너 앙드레 김, 작곡가 정풍송 등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정치인으로는 이명박 서울시장,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 한화갑 민주당 대표, 김수한 전 국회의장, 신중대 안양시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12일에는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김상현 전 국회의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곽정환 서울시극장협회 명예회장, 정인엽ㆍ정진우ㆍ변장호ㆍ한덕규 감독, 영화배우 신영균ㆍ남궁원ㆍ윤일봉ㆍ최지희, 성우 오승룡ㆍ고은정,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한승헌 변호사, 연극연출가 임영웅 씨, 드라마연출가 장형일 씨, 드라마 작가 신봉승 씨 등이 조상(弔喪)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15일 오전 9시 대한민국 영화계 장(葬)으로 치러진다.

이해룡 영화배우협회 부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영결식에서는 고인의 제자인 이장호 감독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고 영화배우 신영균과 태현실, 이어령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고별사를 낭독할 예정이다.

그러나 별도의 노제(路祭)는 마련하지 않는다.

오전 10시에 발인해 경기도 안성 안성천주교묘원에 고인의 유해가 안장된다.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