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수(문소리)는 양면적인 성향을 지녔다.


대학에서는 수질 오염원인 염색술을 가르치지만 외부에서는 환경단체 회원으로 활동한다. 그녀는 얼핏 도도한 듯 보이지만 처음 보는 남자와 즉석에서 격렬한 섹스를 하기도 한다. 교양있는 말투가 한 순간에 상스런 욕으로 변한다. 그녀가 보호감시하던 호숫가에 자기 차 안의 깡통과 비닐봉지를 과감하게(?) 버릴 때,관객은 폭소를 터뜨린다.


이하 감독의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돋보이는 섹스코미디다. 여교수와 교사(유승목),방송국 프로듀서(박원상),만화 초빙교수(지진희) 등 주요 인물은 모두 지도층 인사들이지만 속내를 보면 범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들이 지향하는 환경보호란 고상한 이념도 각자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 상황인 만큼 영화 속 남성들은 환경보호운동에는 관심이 없다. 여교수 주변만 기웃거리는 '늑대'들이다. 여교수도 마찬가지다. 여교수와 초빙만화가가 와인잔을 기울이는 대화 장면에는 이 영화의 이 같은 성격이 집약돼 있다. 그들은 감춰둔 속내를 드러낼 때 막말을 하다가 와인잔으로 격식을 차릴 때 존댓말로 돌아간다.


양극단을 오가는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게 이 작품의 묘미다. 오히려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지 않고도 웃음을 이끌어 내기 때문에 격조있는 코미디라 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은 이중적이지만 적어도 악한은 아니라는 점에서 카메라의 시선은 따스하다. 학창시절 문제아들이 번듯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도 주지시킨다. 여교수와 초빙만화가의 '빗나간' 중학시절에 관한 장면이 그 증거다.


중학시절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와중에 한 학생이 발을 헛디뎌 물 빠진 수영장 바닥에 곤두박질하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이 장면은 다소 이완돼 있던 관객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학창시절 장면은 인물들의 동작을 주로 포착하지만 성인이 된 현재 장면에서는 얼굴 표정을 클로즈업해 심리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인물들의 개성묘사에 집중한 까닭에 이야기를 밀어가는 추진력은 부족하다. 특히 회상신에서는 성인 배역에 해당되는 아역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16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