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영아가 MBC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을 때, 이를 두고 너무 파격적인 신인 기용이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당시 이영아는 KBS 수목드라마 '황금사과'에 주인공 박솔미의 아역으로 출연해 얼굴을 막 알린 신예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이영아는 깜찍하고 맹랑한 철부지 여고생 은민 역을 실감나게 소화해내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7일 서울 홍제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진행된 홍경민과의 결혼식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목욕탕이나 식당에서 할머니들이 알아보시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시기도 하고 (극중에서) '못됐다'고 혼내시는 분들도 있다"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극중 임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태경과 결혼하고야 마는 성격에 어머니(박원숙)의 속을 엄청 썩인 탓에 실제 그의 어머니도 "박원숙 씨에게 잘못했다고 해라"고 말할 정도. 이쯤 되면 은민 역할에 더 없이 적격인 캐스팅이라고 할 만도 하다. 하지만 정작 그는 "솔직히 실제 성격은 '황금사과'의 경숙이에 더 가깝다"면서 "은민이를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자기 할 말은 다 할 것 같은 맹랑한 성격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연기하는 것보다 인터뷰가 더 떨린다"고 말할 정도로 남 앞에 잘 나서지 못하는 편이기도 하다. 대본을 읽을 때도 탈의실에 들어가 조용히 연습하는 편이고, 집에서도 어두운 옷방 안에 들어가 있을 만큼 좁은 곳이 집중이 잘 된다고. 연기자로 데뷔한 것도 우연히 MBC 오락프로그램 '강호동의 천생연분'에 출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다. "연기자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출연하게 됐을 때에도 처음에는 도망가고 싶었어요. '황금사과' 때도 그랬고요. 촬영 전날 밤에는 불안해서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연기를 즐기게 됐다. 그는 "은민이도 하기 전에는 못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안 믿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좌우명은 '물 흐르는 대로 살자'. 그는 "그만큼 주어진 것에는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라며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고, 모자란 만큼 잘 하려고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또 연기에 대한 칭찬에도 "주인공은 내가 아닌 선배님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두 잘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셔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공을 돌렸다. 연출자인 이태곤 PD의 "은민이는 살찐 모습이 어울린다"는 주문에 3~4㎏ 몸무게를 늘렸다는 그는 "(태경과) 결혼하면 더 살이 찐다고 하는데 큰일이다"라며 결혼 후 이어질 활약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