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새영화 '뮌헨'은 전작 '쉰들러 리스트'(1993)처럼 자신의 동족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평화에 대한 염원을 그린 수작이다. 전작이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고발했다면 이번 작품은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과의 끝없는 전쟁에 대해 용서와 화해를 촉구한다. 이 같은 주제는 독창적이면서도 절제된 연출로 객관성을 획득한다. 영화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11명의 이스라엘 선수들이 팔레스타인 과격파에게 살해당한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살인혐의자 11명을 처단하기 위해 암살대를 비밀리에 조직한다. 그리고 '피의 보복'이 이스라엘 정부와 무관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암살대와 공식적인 관계를 끊는다. 암살팀 리더 애브너(에릭 바나)의 행보는 복수의 허망한 귀결을 보여준다. 그는 처음에는 표적만 제거하지만 점차 주변 인물까지 없애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나중에는 암살팀원들이 거꾸로 적의 표적이 된다. 스필버그는 '피의 복수'가 이처럼 모든 관련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또한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 암살대에게 똑같이 상대편의 정보를 파는 거래선의 행동에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첩보전의 생리를 볼 수 있다. 이런 불신은 인간의 정체성도 파괴하게 된다. 애브너가 자신에게 임무를 부여한 모사드조차 믿지 못하고 조국을 위해 일하지만 결국엔 조국과 점점 멀어진다. 국가를 대변하는 두 캐릭터(모사드 리더와 애브너의 어머니)가 애브너에게 취한 태도에서는 개인의 행복을 외면한 채 애국심만 강조하는 국가의 비정함이 담겨있다. 어머니는 고통을 호소하는 애브너에게 희생을 강요하고,모사드 리더는 애브너의 식사 초대를 의심에 가득차 거절한다. 에브너의 아내와 아기는 암살요원과 일상과의 관계를 연결시키는 장치다. 그가 퀭한 눈으로 가족에게 돌아간 장면에서는 암살자가 평범한 시민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