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은 냉소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삶의 위로와 따뜻함을 안길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임상수 감독의 다섯 번 째 영화인 `오래된 정원'이 23일 오후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촬영됐다. 이날 촬영된 장면은 지진희(오현우 역)가 18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친 후 옛 동료가 고이 잠들어 있는 5.18묘지를 방문하는 부분. 임 감독은 초반부터 이날 예정된 촬영 장면에 대해 출연진들과 꼼꼼하게 상의하는 모습이었다. 임 감독은 "이번 영화는 시대와 역사를 무겁게 다룬 영화라기 보다는 `잊혀진 유토피아'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오현우와 한윤희(염정아)의 사랑이야기"라며 "단 몇 개월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세월을 두고 생각만으로 나누는,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렇지만 사랑 하나에만 방점을 찍지는 않고 그 곳에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좌절된 꿈들의 쓸쓸함도 묻어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장선우 감독님의 영화 중 꽃잎을 참 좋아합니다. 꽃잎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의식에 관한 영화라면 이 영화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사랑과 이상, 그리고 꿈들이 얼마나 쓸쓸한가에 대한 영화"라고 부연했다. 임 감독은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 사람들'(2005)에 이어 오래된 정원(2006)에 대해 "현대에 일어난 사건들이 현재 일상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 3부작이라고 불릴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여기서 자식을 잃은 두 노인을 만났습니다. 살아있다면 저와 같은 범띠(45)라고 그러더군요. 그런 분들도 있지만 5.18의 몇몇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런 객관적인 사실이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광주=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