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아내를 떠나보낸 데이비드(마크 러팔로)는 편한 소파와 근사한 벽난로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사온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웬 여자가 불쑥불쑥 나타나 "여기는 내 집이니 당장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쓱 나타났다가 쓱 사라진다. 마치 유령처럼. 2년째 술에 절어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처음에 그것이 알코올 중독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봤더니 여자는 유령이었다. 잘 나가는 레지던트였다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의 영혼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리즈 위더스푼 표' 로맨틱 드라마가 또 한편 선보인다. '금발이 너무해' 시리즈와 '스위트 알라바마' 등에서의 악센트 있는 연기로 외모의 불리함을 극복한 위더스푼은 이 영화에서도 성공한 의사를 꿈꾸는 '똑순이'를 맡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깐깐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모습. 사실 한 집을 놓고 새로 이사온 남자와 여자 귀신이 싸운다는 콘셉트는 차승원 주연의 영화 '귀신이 산다'와 너무도 흡사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수입사는 이 영화가 프랑스 마크 래비의 소설 '만일 그것이 진실이라면(If Only It Were Tru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또 다른 영화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데, 데미 무어의 청초한 매력이 돋보였던 '사랑과 영혼'이 그것. 데이비드와 엘리자베스가 티격태격 끝에 기막힌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선후가 좀 다르긴 하지만 패트릭 스웨이지와 무어의 애틋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겠느냐는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면 두 배우의 연기력이 눈에 들어온다. 말랑말랑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남녀 주인공의 꽉찬 연기력이 위안이 된다. 최근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에도 얼굴을 내민 마크 러팔로는 '유 캔 카운트 온 미', '인더컷' 등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할리우드의 실력파다. 제니퍼 가너와 호흡을 맞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와의 궁합도 증명해보였다. 12월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