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맥기건 감독의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프랑스영화 '라빠르망'(1996)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버전이다.


2년 전 프로포즈를 받은 뒤 돌연 사라졌던 애인을 찾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현재와 과거를 리드미컬하게 넘나 들며 마지막 순간에 비밀의 베일을 벗겨내는 미스터리식 구성이 흥미롭다.


이 작품이 원작과 다른 점은 할리우드버전답게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주인공 매튜(조시 하트넷) 주변의 세 여인은 사랑과 연애의 속성들을 제시한다.


추억의 연인 리사(다이앤 크루거)는 진실한 사랑의 상징이며 현재의 약혼녀는 안정을 희구하는 타협의 산물이다.


그리고 제3의 여인 알렉스(로즈 번)는 사랑의 부정적인 측면인 소유욕과 질투의 은유다.


매튜의 모험이 던지는 메시지는 자명하다.


진정한 사랑은 이별의 순간에도 중단되지 않는다.


사랑의 비이성적인 속성 때문이다.


카메라는 사랑의 감정을 긴장과 흥분의 정서로,나머지 순간은 이완의 정서로 대립시켜 포착한다.


매튜가 과거의 연인 리사를 추적하는 장면들에는 심리적 긴장감이 감돈다.


대사나 동작은 핵심적인 사항만 보여줄뿐이다.


리사가 묶고 있는 호텔방에 매튜가 찾아간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의 행동은 툭툭 끊어지면서 제시되다가 리사의 콤팩트를 집어 들고 황급히 빠져나오는 모습이 강조돼 있다.


리사와 관련된 다른 장면들에도 슬로모션이나 왜곡된 풍경들이 자주 등장한다.


전화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동일 화면에 포개지고,목소리가 직접 관련 없는 장면 위에 겹쳐지기도 한다.


사랑의 환상성이 표현된 것이다.


반면 매튜가 남자친구나 약혼녀 등과 함께 있는 장면들은 사실적이며 이완의 정서가 포착돼 있다.


대사와 동작들은 끊기지 않고 차분하다.


그들 간에는 사랑이 없다는 얘기다.


매튜가 리사와의 추억을 떠올릴 때 후각과 청각,촉각 등을 동원한 대목도 신선하다.


그는 처음에는 비디오캠에 비친 리사의 모습에 매료됐지만(시각에 이끌리지만) 다른 감각의 도움을 매개로 해서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시각이 다른 감각에 비해 객관화하거나 지배적인 힘이 강한 것으로 규정한다.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은 시각을 가부장적인 남성지배의 흔적이라고 주장한다.


이 작품에서도 감독은 시각 외의 감각을 동원함으로써 주관적인 사랑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13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