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만고만'한 뉴 페이스 틈에서 아직 눈에 띄는 인물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그렇다면 이 배우에게 주목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바로 '가문의 영광'의 조폭 형제 중 셋째, '동해물과 백두산이'의 '어리버리' 형사로 서서히 얼굴을 알리던 박상욱(29). 올해 초 '공공의 적2'의 설경구의 오른팔 석신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현재 막바지 촬영을 진행 중인 영화 '러브 하우스'(제작 LJ필름)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 연기 중이다. 제작사 LJ필름의 월드마켓 프로젝트 중 첫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미국 LA의 인터넷 포르노 방송국 러브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러브하우스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있다. '조직'의 핵심에서 밀려난 행동대장 일두와 보스의 애첩이었지만 이곳 PJ(Porno jockey)로 내몰린 여자 나비,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와 외모를 가진 VJ들이 그들이다. 지난달 31일 촬영장인 서울 라마다호텔에서 만난 그는 "다시 직업이 조폭이다"라는 기자의 말에 "그렇게 거칠기만 한 사람은 아니다"는 대답을 들려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거운 역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아이 같은 천진함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사람들이 '무겁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천진함이 묻어나는 셈이죠." 일두는 조직의 전설적인 인물이었지만 5년 전 '그때 그 사건'(사건의 내용은 영화의 후반에 밝혀진다) 이후 무기력해져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LA에 사이트 관리자로 온 것은 일종의 '유배'와 다름이 없는 것이다. 텁수룩한 수염에 무표정한 일두. 하지만 마냥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다소 엉성한 부분도 있다. 그가 인상과 안 어울리게 아이스크림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것 중 하나다. 영화는 교차 편집을 통해 인물들의 과거의 얘기를 다소 만화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의 주 배경은 미국. 전체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LA 촬영은 지난달 초까지 두 달 동안 현지의 호화 별장에서 진행됐다. "비싼 저택이라 통제가 많았고 담배 피우는 공간도 좁았으며 화장실 사용도 못했다"며 고생한 얘기를 늘어놓기도 했지만 그는 "워낙 배우들, 스태프들 사이에 호흡이 좋아서 즐거운 촬영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출연작마다 항상 막내였거든요. 첫 주연작이면서 갑자기 배우들 중 맏형이 된 셈이죠. 맏형으로 한국에서부터 미리 친교의 시간을 이끌었던 게 미국에서 서로 즐겁게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인물들의 공간인 러브하우스는 포르노 방송을 만드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랑이 가득한 집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인물들이 갈등 속에 서로 정을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평화로운 이들의 공간을 위기로 몰아넣는 인물은 일두의 후배며 조직의 새로운 넘버2인 강일(조동혁)이다. 일두와 강일 사이의 후반 결투 장면은 영화 속 긴장이 고조되는 신이다. 박상욱이 촬영 중 가장 힘들어했던 것도 미국에서 촬영됐던 바로 이 장면이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도 NG가 계속 나서 어쩔 수 없이 직접 '터치'를 하기로 했어요. 갈비뼈에 팔에 몸이 성한 곳이 없었지만 덕분에 동혁이와는 더 친해졌습니다." 5일 크랭크 업을 앞두고 제작진은 연일 밤샘 촬영을 하고 있다. 박상욱 역시 이날까지 4일째 밤을 새워 연기를 하고 있다. "첫 주연 영화라서 심적인 부담도 많고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러브하우스'에서처럼 즐거운 분위기가 영화 속에 묻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국 유학파 출신 김판수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러브하우스'는 10월 말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