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일찌감치 선보인 일련의 일본과 할리우드산 공포영화들이 애피타이저였다면 7-8월에는 한국 공포영화들이 메인 디시로 잇따라 등장한다. 2005년 여름을 서늘하게 할 '국산 공포영화 四色'을 소개한다. 국내 대표적인 투자ㆍ배급사 네 곳이 각각 한 작품씩을 꿰차고 여름 라인업에 올려놓아, 작품 이면의 대결도 흥미를 끈다. 또 하나. 네 작품 모두 '여인천하'라는 점도 특징이다. ▲'분홍신'(감독 김용균, 제작 청년필름) = 7월 1일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이미 감각적인 포스터와 예고편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다소 부담스러운 김혜수의 이미지를 깔끔하게 희석시켜 그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포스터 속 그의 커다란 눈이 공포와 매치가 잘된다. 안데르센의 동명의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 영화는 분홍신을 손에 넣은 후부터 알 수 없는 공포에 시달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우연히 주운 분홍신 때문에 점차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던 선재(김혜수 분)는 후배 미희가 분홍신을 신고 나간 후 발목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되자 분홍신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젊은 감각의 제작사 청년필름이 오랜만에 내놓는 작품. '와니와 준하'로 담백한 연출감각을 보여줬던 김용균 감독이 공을 들였다. 쇼박스 투자ㆍ배급. ▲'여고괴담4:목소리'(감독 최익환, 제작 씨네2000) = 7월 15일 개봉한다. '여고괴담'은 한국의 성공한 공포 시리즈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벌써 네번째 작품이 나왔으니 이만하면 확실한 브랜드 파워. '여고괴담' 시리즈는 1편(1998년)이 전국 250만명을 모으며 대박을 기록했고, 2편(1999년)은 60만명, 3편(2003년)은 180만명을 각각 모았다. 여학교를 무대로 한 콘셉트가 주타깃인 학생 관객들의 심리를 제대로 공략한 것. 제작사 씨네2000을 늘 위기에서 구하는 효자 상품이다. 제4편은 어느날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된 한 여고생이 죽음의 비밀에 다가서다 맞닥뜨리는 끔찍한 공포를 다룬다. 부제가 '목소리'인만큼 소리에서 오는 공포에 주안점을 뒀다. 이번에도 신인들로 승부수를 띄웠다. 전작 3편에서 박한별 송지효가 떴듯, 이번에 주연을 맡은 김옥빈, 차예련, 서지혜 등도 기대된다. 시네마서비스 투자ㆍ배급. ▲'가발'(감독 원신연, 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 = 누군가의 기억이 담긴 가발이 탐스러운 머리를 원하는 수현(채민서 분)의 손에 들어온 후부터 수현-지현(유선 분) 두 자매에게 일어나는 공포를 그린다. 8월 12일 개봉. '마파도'로 상반기 극장가에 파란을 일으킨 코리아엔터테인먼트가 대단히 자신있어 하는 작품이다. 앞서 개봉하는 '분홍신'과 언뜻 봐서는 콘셉트가 비슷해 보여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코리아엔터테인먼트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작품성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위해 삭발을 감행해 화제를 모은 채민서는 극중에서 1천만원 상당 고가의 가발을 쓰고 나온다. 실제 모발과 전혀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 스크린 속 가발과 실제 머리카락을 비교해보며 관람해도 흥미로울 듯. CJ엔터테인먼트 투자ㆍ배급. ▲'첼로'(감독 이우철, 제작 영화사태감) = 여름방학의 끝자락에 개봉하는 마지막 주자로 8월 18일에 개봉한다. 지난 5월 17일 크랭크 인 한 까닭에 현재 초스피드로 촬영이 진행 중이다. 웬만해서는 개봉일을 맞추기 힘든 스케줄이지만 몸집이 가벼운 기획영화의 장점을 극대화해 쓸데없는 욕심은 부리지 않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주홍글씨'로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다져나가고 있는 성현아가 단독 주인공을 맡아 독을 품었다. 극중 그는 두 딸을 둔 첼리스트로 젊고 예쁜 엄마이자 조용하고 지적인 음대 강사다. 영화는 단란하고 평온한 생활을 하던 그가 어느날부터 겪게 되는 공포를 그린다. 튜브엔터테인먼트 투자ㆍ배급.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