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화계를 주요 소재로 한 드라마가 선 보인다. SBS '토지'의 후속으로 28일 첫 방송하는 주말극 '그 여름의 태풍'(극본 최성실, 연출 이관희)이다. 사실 영화계나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이미 여러 차례 선보였다. SBS '스크린', '순자', MBC '가을에 만난 남자' 등 꽤 많다. 이에 '그 여름의 태풍'의 제작진은 비슷한 소재의 종전 작품보다 역동적인 줄거리로 극을 이끌 것이라고 한다. 상반된 성격과 성장 배경을 가진 두 여자가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 스타가 된다. 한때 스타였다가 지금은 잊혀져 퇴물이 된 연예인에서부터 영화사 대표, 투자자, 영화 감독 등 영화계 인물들이 상당수 등장, 영화계의 빛과 그늘을 그린다. 최성실 작가는 24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연예계는 꿈이다. 은퇴한 여배우와 막 스타가 되려는 연예인을 대비시켜 그들의 인생을 그리고 싶었다"고 드라마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결국 인생은 똑같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사회 속의 영화인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이면서 가족적인 소재를 그리겠다"고 덧붙였다. 이관희 PD도 "배우가 되기 위한 피눈물 나는 과정도 보여줄 것이다"라면서 "칙칙하고 무겁지 않게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스타로 성장하면서 서로 강한 라이벌 관계가 되는 두 사람은 강수민(정다빈)과 한은비(한예슬)다. 강수민은 화려하지 않고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외모로 '천의 얼굴'을 연기한다. 가난한 시골 출신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중장년층까지 폭 넓은 팬을 확보한다. 시나리오를 쓰다가 운명적으로 배우의 길로 들어선다. 반면 한은비는 화려함과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인물이다. 타고난 재능과 끼를 발휘, 빠르게 스타로 성장한다. 솔직 자유분방한 태도와 카리스마로 젊은이의 우상으로 떠오른다. 강수민과 한은비는 서로가 이복자매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연이 묘하게 얽힌다. 강수민은 영화사 대표인 아버지 한광석(노주현)과 과거의 스타 강정옥(이효춘) 사이에서 태어나 외삼촌 호적에 올라 자란다. 강정옥은 이혼 후 알콜 중독에 빠진다. 한은비는 한광석과 재혼한 영화제작자 정미령(장미희) 사이에서 태어난다. 아울러 강수민은 영화 투자자 제임스 한(이재황)과 사랑에 빠진다. 차세대 영화 감독으로 주목 받는 김한희(정찬)도 강수민과 결혼을 원한다. 한은비는 그런 김한희에게 애정을 보낸다. '그 여름의 태풍'은 '우리들의 천국', '육남매' 등으로 유명한 최성실 작가가 5년만에 집필하는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작가는 2000년 MBC '깁스 가족' 이후 후배 작가 양성에 힘써왔다. 최작가는 이PD와도 인연이 깊다. MBC '폭풍의 계절', '아들의 여자', '육남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 여름의 태풍'은 제작을 맡은 이관희프로덕션의 창립 10주년 작품이기도 하다. 이PD는 "정다빈은 젊은 배우 가운데 연기력이 가장 뛰어나다. 한예슬도 유리알 같은 영상을 만들어내는 배우다"라고 말했다. 정다빈, 한예슬이 그 동안 다소 가벼운 캐릭터를 연기해 진지한 드라마에 캐스팅하기에는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어 이PD는 "이효춘, 장미희 등 각 배역에 가장 적절한 배우가 캐스팅됐다. 이제 작가와 PD가 이를 어떻게 버무리느냐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PD와 최작가의 '장인 정신'이 '그 여름의 태풍'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