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원하는 영화를 선택해 만들 수 있게 돼서 기쁩니다.


제작자로서 흥행수익을 더 챙길 수 있다는 것은 두번째 문제지요."


코미디영화 '가문의 영광'(5백20만명 관객동원)과 '조폭마누라2'(2백만명)를 만든 정흥순 감독(45)이 연출과 제작 겸업을 선언했다.


영화사 명칭은 가문시네마.그는 요즘 직접 대본을 쓴 스릴러 '초대'의 감독으로 촬영에 한창이다.


"두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뒤 주로 코미디영화에 대해서만 연출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양한 장르의 시나리오를 써 봤고 모든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돈만 생각했다면 감독 지분을 20~30% 요구할 수 있는 연출자로 남아 있는 게 오히려 안전했겠지요."


회사 운영을 담당하는 공동대표가 따로 있지만 그는 제작비 조달 등의 업무를 분담해 왔다.


그러다보니 연출만 할 때보다 신경쓸 게 많아졌다.


"캐스팅하랴,사무실 운영하랴,제작비를 조달하랴 늘 바쁩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의 폭도 넓어졌지요.


투자자들로부터 시나리오를 퇴짜 맞을 경우에는 흥행감독으로서 찬사를 받던 때와 전혀 다른 기분이 들곤합니다."


성현아와 재희가 주연한 '초대'는 정신병력이 있는 한 남자가 재벌가 며느리를 납치하는 내용의 서스펜스 스릴러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사로 참여했다.


"사실 '초대'는 '가문의 영광'이나 '조폭마누라2'보다 시나리오가 먼저 나왔지만 이들 코미디에 밀렸지요.


그러나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보이'처럼 잘 만든 스릴러는 얼마든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서울예전 출신인 정 감독은 지난 83년 김기영 감독의 '바보사냥'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한 베테랑이다.


비슷한 경력의 감독들이 대부분 은퇴했지만 그는 뒤늦게 흥행력을 입증해 여전히 현역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