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드라마 `봄날'(극본 김규완, 연출 김종혁)에서 지진희는 지난 달 30일 방송에서 잃어버린 기억의 일부를 되찾았다.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생긴 해리성 기억상실 때문에 13살 때 기억으로 퇴행했던지진희가 한순간 대학생 시절까지의 기억을 회복한 것. 이복 동생인 조인성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어리광을 부리던 지진희는 이날 조인성에게 "맨날 놀면 대학에 못 간다"며 갑자기 '어른'이 됐다. 과연 이런 식의 기억 회복이 실제로도 가능한일일까. 이 드라마에 의학 관련 자문을 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전덕인 신경정신과 과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흔치 않은 경우이기는 하지만 전혀 말이 안되는 설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 과장은 "해리성기억상실은 전형적인 틀을 갖고 접근하기 어려운 증상이다. 환자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르다"라고 전제한 후 "한번에 기억을 찾을 수도 있고 지진희처럼 건너 뛰는 식으로 기억의 일부를 되찾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해리성기억상실 환자의 기억상실기간은 일반적으로 길지 않은 편이다"라며 "일주일이나 열흘에 기억을 되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예 못 찾을 수도있고 일부만 찾은 후 회복이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몇 년 만에 기억을 되찾는 경우는 서적에 특이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는 전 과장은 "드라마에서 극적인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흔치 않은 경우가 설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해리성기억상실 때문에 어린 시절로 기억이 퇴행했다고 해서 완전히 어린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과거 현상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 행동이나 버릇, 기술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봄날'은 기억을 잃어버린 지진희와 그를 사랑하는 고현정, 그리고 고현정에게 마음을 뺏긴 조인성 간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그리고 있다. 지난 달 30일 방송이 전국시청률 28.4%(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얻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