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오페라의 유령'으로 시작된 국내 뮤지컬 시장의 산업화 바람. 최근 5년새 양적인 면에서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크게 성장한 뮤지컬계가 이제 서서히 저변확대에 나서고 있다. `캐츠' `맘마미아' `미녀와 야수' 등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대표하는 대형작품들이 그동안 주로 선보여졌다면, 올들어서는 틈새를 파고드는 색다른 작품들도잇따라 올려질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어로 공연하는 프랑스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2월 25일-3월 20일 세종문화회관)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 특히 올해 대학로에선 예술성과 실험성이 엿보이는 중소형 작품들이 대거 올려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우선, 오디뮤지컬컴퍼니(대표 신춘수)는 올해 새 기획 프로젝트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중소형 뮤지컬을 릴레이로 올리는 `뮤지컬열전'(3월부터 내년 2월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을 시작한다. 선보일 작품들은 창작뮤지컬 한 편과 `넌센스 어 멘'(Nonsense A-Men, 3월), `리틀 숍 오브 호러'(Little Shop of Horrors, 5월), `암살자들'(Assassins, 7월), `맨 오브 라 만차'(Man of La Mancha, 9월), `그리스'(Grease, 12월), `베이비'(Baby,2006년 1월) 등 브로드웨이 흥행작 여섯 편. 이 가운데 `리틀 숍 오브 호러'와 `암살자들'은 국내 초연작으로, 특히 `암살자들'은 미국 뮤지컬계에서 혁신성과 개성으로 대표되는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신시뮤지컬컴퍼니(대표 박명성)도 올해 비슷한 성격의 `뮤지컬시리즈'(폴리미디어씨어터 예정)를 기획하고 있다. 4월부터 닐 사이먼의 `듀엣'(They're Playing our Song)을 시작으로 `틱틱붐'(Tick, Tick, Boom!), `더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The Last 5 Years), `렌트'(Rent),`유린타운'(Urine Town), `수퍼비아'(Super via), `뱃보이'(Bat Boy), `더 씽 어바웃 멘'(The Thing about Men) 등 모두 여덟 편을 올릴 예정. 기존에 공연됐던 다섯편과 신작 세 편으로 구성됐다. `오페라의 유령' `미녀와 야수' 등을 제작한 제미로도 올해 중소형 작품 한 편을 대학로 라이브극장에 올릴 계획이다. 작품은 록 뮤지컬 `헤드윅'(4월 12일-6월 12일).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뮤지컬 대본을 쓴 극작가 존 카메론미첼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아 2001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관객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뮤지컬로는 1988년 초연됐다. 이처럼 올 한해 대학로 무대에서 잇따라 소개될 뮤지컬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지니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형 작품들과 달리 적은 수의 배우, 제작진이 참여한 중소형 작품들이라는 점,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탄탄하면서도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대본, 신선한 연출로 승부한다는 점 등. 이색적,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들도 많다. `리틀 숍 오브 호러'는 식인 식물, `암살자들'은 역대 미국 대통령 암살범들, 오프 브로드웨이 상영작 중 가장 엽기적인작품으로 꼽히는 `뱃보이'는 박쥐 소년, `헤드윅'은 트랜스젠더 가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직 뮤지컬 전용극장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뮤지컬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한 이러한 새로운 시도들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창작 뮤지컬 활성화에도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거리다. 뮤지컬 칼럼니스트 원종원(순천향대 교수)씨는 "그동안 국내 뮤지컬 시장이 대형작들 위주로 전개되다보니 실험적인 작품들을 많이 놓쳤다"며 "우리 뮤지컬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좋은 기회이자 한국영화가 급성장한 것 처럼 저변 확대를 통해창작 뮤지컬의 성장도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