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의 디지털 영화 제작 프로젝트인`디지털삼인삼색'의 참여 감독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3명의 감독이 각각 디지털 단편영화를 만든 뒤 극장용 장편영화로 묶어 상영하는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는 지난 99년 영화제 출범 이후 운영되고 있으며 전주영화제의 가장 특징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 이 프로젝트에는 박광수, 존 아캄프라(영국), 지아장커(중국), 차이밍량(대만), 문승욱, 박기용, 스와 노부히로(일본), 바흐만 고바디(이란), 봉준호,유릭와이(홍콩), 이시이 소고(일본) 등이 참여한 바 있으며 지난 2002년의 3회 프로젝트 `전쟁 그 이후'는 제55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의 비디오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프로젝트에 참가한 감독은 한국의 송일곤과 태국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일본의 스카모토 신야. 송일곤 감독은 단편 `소풍'으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뒤 `꽃섬', `거미숲', `깃'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열대병'으로 태국 영화로는 최초로 세계 3대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 떠오르는 신예다. 또 스카모토 신야 감독은 `쌍생아', `6월의 뱀' 등을 통해 스타일리쉬한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각각은 5천만원의 제작비로 30분 분량의 단편을 제작할 예정이며 이 중 송일곤 감독과 스카모토 신야 감독은 이 작품을 바탕으로 장편 영화를 제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완성작은 4월28일-5월6일 열리는 2005년도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능력있는 감독들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으며"디지털 영화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서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회견에는 이들 세 감독을 비롯해 전주영화제의 민병록 집행위원장과 정수완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감독 선정 이유에 대해 "영화제 팬들에 대한 지명도와 디지털 매체로의 변화를 보여줄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하며 "특히 올해 프로젝트는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배급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감독, 프로그래머들이 이날 밝힌 제작 계획. ▲송일곤 = 얼마전 디지털 영화 한 편(깃)을 7천만원 제작비로 이용해 만들고나니 사막의 단비처럼 너무 기분이 좋았다.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작가로서의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한국 영화 시장에서 자본의 벽을 느껴왔다. 다른 감독들과 영화제에 누가 되지 않게 1월과 2월 두 달간 노력하겠다. `마법사(들)'(가제)를 만들 예정이다. 31분 동안 1개 쇼트로 진행되는 영화로 사랑에 빠지는 30분간의 순간을 담고 싶다. 디지털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을 표현하겠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 뭔가 만들라고 돈(제작비)을 주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태국의 영화 환경도 건강하지만은 않다. 태국 정부의 지원이 적다. 태국에서보다 오히려 한국에서 나에 대한 정보가 많다는 느낌도 가지고 있다. 영화를 만드는것은 행복한 일이며 디지털을 통해 이를 만끽해보고 싶다. `…삼인삼색'을 통해서 만들 영화는 전작 `열대병'에서처럼 밀림이 배경이 되는영화다. `세계의 욕망'(Worldly Desires)이라는 제목으로 정글이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생명체일지도 모른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영화다. ▲스카모토 신야 = 우수한 다른 감독들과 함께 일하게 되서 기쁘다. 디지털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20년 전쯤부터 비디오적인 표현에 관심이 많았고 이번 기회를 통해 디지털 영화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생각이다. 전부터 만들고 싶어했던 내용 중 하나를 영화화할 생각이며 디지털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날 것' 같은 연기가 들어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제목은 `탈출 프로젝트'(Escape Project,가제)이며 좁은 콘크리트 공간에 끼어있는 한 남자가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얘기다. ▲정수완 프로그래머 = 감독들의 스케줄을 조정하느라 발표가 늦어졌지만 이전부터 예정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세 작품 모두 3월까지 완성을 시킬 예정이다. 예년처럼 영화제 직전에 완성되는 일이 없도록 꾸준히 체크해나갈 생각이다. 지난 작품 중 일본에서 DVD나 극장 개봉, DVD 상영을 한 경우가 있으며 내년에는 2003~2005년의 작품을 묶어 미국에서 DVD도 출시될 예정이다.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개척할 만한 배급 판로가 많이 있는 만큼 올해 완성되는 작품은 국내 극장개봉 등 배급에 더 많이 신경을 쓸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