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매춘부의 용모에는 세월의 더께가 얹혀 있다. 눈가에는 잔주름이 팼고 아랫배 살은 축 늘어졌다. 머리카락도 퇴락한 낙엽처럼 광채를 잃은 지 오래다. 패티 젠킨스 감독의 드라마 '몬스터'에서 싸구려 매춘부이자 연쇄살인범인 에일린 역을 맡은 샤를리즈 테론은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8세의 테론은 중년의 매춘부로 감쪽같이 둔갑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에 관한 실화를 영화로 옮긴 이 작품에선 테론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주인공 에일린은 일종의 '훼손된' 미인이다. 타고난 미모가 거친 매춘부 생활로 조금씩 망가져 미녀와 몬스터(괴물)가 한몸에 동거하게 된다. 그녀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돌봤던 히스테리 환자의 조건과 놀랄 만치 흡사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강간당했고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말했을 때 오히려 뭇매가 돌아왔다. 남성에 대한 적대감이 무의식에 잠복하게 된 것이다. 성적 학대를 받는 순간 유년기의 기억이 살아나며 과도한 흥분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그녀는 단순한 히스테리 환자이거나 자신을 경멸한 남자들만 처단하는 '확신범'은 아니다. 그녀에게 도움을 주려 했던 남자마저 살해한다. 첫 살인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였지만 이후의 살인은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삶의 장애물에 쉽게 좌절하고 손쉬운 방법을 선택해 온 인생 역정이 빚은 결과다. 그녀와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온 우리 자신에게도 '괴물'을 마음속에 키우고 있는지 이 영화는 묻고 있다. 에일린의 살인 행각과 레즈비언 셀비(크리스티나 리치)와의 사랑을 병치시킨 구성양식은 타인의 희생을 담보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심리학적으로 셀비는 에일린에게 잠복한 공격성을 일깨우는 인물이다. 셀비와의 동거에서 에일린은 '가장' 혹은 '남성'의 임무를 떠맡았다. 셀비를 만나기 전 에일린은 남성들의 권위에 굴복해 성적 학대와 수모를 견뎌낼 수 있었지만 남성 역을 해 본 뒤에는 더이상 인내하지 않는다. 6월18일 개봉,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